국영 매체 "자헤단서 분리주의자 공격…혁명수비대 관리 등 19명 사망"
소셜미디어엔 후제스탄주 시위 영상…"여성들 히잡 벗고 차들 경적 울려"
히잡 시위발 이란 반정부 운동 확산?…남동부 경찰서 '습격사건'
당국에 체포됐던 '히잡 미착용' 여성의 의문사를 둘러싸고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이란에서 무장 괴한들이 경찰서를 습격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남동부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州)의 자헤단에서 무장 괴한들이 경찰서를 습격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금요 예비자를 나온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모스크 인근에 있는 경찰서를 공격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공격으로 최소 19명이 목숨을 잃었고, 15명이 부상했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사망자 가운데 혁명수비대 정보기관의 수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국영 매체들은 경찰서를 공격한 괴한들을 '분리주의자'라고 규정했지만, 구체적으로 이들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서 습격 사건이 발생한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는 파키스탄 및 아프가니스탄과 맞닿은 변경으로, 이란의 전체 31개 주 가운데 경제적 형편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이다.

이곳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던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지난달 의문사한 뒤 2주간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는 평온한 편이었다.

이번 공격이 최근 반정부 시위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확산하는 시위를 강력하게 탄압해온 이란 정부는 또 하나의 전선과 마주하게 된 셈이다.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에 거주하는 발루치족과 아랍계 소수민족은 이번 시위를 주도하는 쿠르드족과 마찬가지로 이란 정부의 차별을 규탄하고 자치권 확대를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밖에도 소셜미디어에는 이라크와 접경한 남부 후제스탄주(州) 주도 아바즈에서 시민들이 '압제자에 죽음을'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여성들은 히잡을 벗고 시위했고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동참했다.

그러나 이란 국영 매체들은 아바즈의 시위 상황은 보도하지 않았다.

미 테네시대학 강사이자 이란 보안 기관 전문가인 사에이드 골카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당국이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테헤란의 시위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변경지역의 소수민족 저항이 확산하고 있다"며 "시위를 진압하는 특수부대가 테헤란에 집결한 상태여서 지방 사람들은 지금을 시위에 나설 기회로 여긴다"고 말했다.

지난 2주간 시위 과정에서 당국이 집계한 사망자는 43명, 부상자는 500여 명이며, 1천 명 이상이 체포됐다.

그러나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시위 사망자 수를 83명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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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란 정보부는 시위 현장 또는 시위 배후와 관련해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국적의 외국인 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IRNA 통신은 이란 전역에서 금요 예배를 마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최근 폭동과 신성 모독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대거 공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