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세력 분리독립 후 무력 개입해 주민투표, 합병조약 진행
서방 지원 업은 우크라 강한 저항…이번에는 러 뜻대로 될지 장담 못해
러, 강제점령 후 '일사천리'…8년 전 크림과 판박이 전략
러시아가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4개 지역 점령지와 합병 조약을 맺은 과정은 8년 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유사하게 진행됐다.

친러시아 세력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일어나면 자국민 보호를 내세우며 무력으로 개입한 뒤 해당 지역을 독립시켜 결국 병합하는 절차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이 과정은 명분 확보, 무력 점령, 친러시아 세력의 독립 선포, 합병에 대한 주민투표, 합병조약 체결이라는 시나리오로 요약된다.

2014년 2월 우크라이나에서 유로마이단 시위 끝에 친서방 성향의 과도 정권이 수립되자 이에 반발한 친러시아 무장 세력이 2월 27일 크림 자치공화국 청사와 의회 의사당을 기습 점거했다.

곧이어 취임한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자치공화국 총리는 주민 보호와 지역 평화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입해달라고 요청했고, 3월 1일 러시아는 자국민 보호를 명분 삼아 병력을 보내 크림반도 전역을 장악했다.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는 3월 6일 러시아로의 합병을 결의했고, 11일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포했다.

16일에는 러시아로의 합병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치러졌고, 96%가 넘는 찬성률로 합병이 결정됐다.

18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합병 조약에 서명함으로써 실질적인 합병 작업이 마무리됐다.

이후 21일까지 의회 비준과 병합 문서 최종 서명까지 법률적 절차가 이어졌다.

러시아의 무력 점령 이후 3주 만에 모든 절차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주민투표일로부터 따지면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러, 강제점령 후 '일사천리'…8년 전 크림과 판박이 전략
크림반도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러시아는 2008년 8월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의 자치공화국이던 친러시아계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가 분리주의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조지아 중앙정부가 무력 진압에 나서자 자국인 보호를 명분으로 조지아를 공격했다.

러시아는 5일 만에 전쟁을 승리로 끝낸 뒤 이후 조지아에서 분리 독립을 선언한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를 각각 단일 국가로 승인하고 자국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일련의 과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러시아는 2월 21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루간스크(우크라이나명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했다.

곧이어 2월 24일 러시아는 DPR과 LPR에 있는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최근 전황이 불리해지자 점령지 국경을 굳히기 위해 전격적으로 주민투표를 결정했다.

점령지 행정부는 지난 23~27일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4개 지역별로 87~99%의 찬성률로 러시아로의 합병을 결정했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은 지난 29일 자포리자와 헤르손주를 독립국으로 승인하면서 이날 합병 조약을 위한 사전절차를 모두 마쳤다.

이날 합병 조약으로 합병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이후 헌법재판소의 합헌 여부 판단과 의회 비준, 최종 서명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될 예정으로, 최종적으로는 10월 4일 완료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경우 주민투표 시작일로부터 2주가 채 걸리지 않게 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경우 예전 사례들과는 달리 영토 점령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형식적인 합병 절차를 거친 뒤에도 해당 지역이 쉽게 안정을 되찾게 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에는 영토의 일부를 빼앗긴 우크라이나가 예상 밖의 항전을 펼치고 있고 이를 돕겠다는 서방의 의지도 굳건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