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미 중앙은행(Fed)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도 꺾이지 않았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물가상승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美 8월 PCE 6.2% 상승…유로존 물가는 10% 치솟아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6.2% 상승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7월(6.4%)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전월 대비로는 0.3% 뛰며 7월 하락세(-0.1%)에서 벗어나 다시 상승 전환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집계하는 근원 PCE도 전달보다 오르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깼다. 이날 상무부에 따르면 8월 미국 근원 PCE는 전년 동월에 비해 4.9% 올랐다. 전월보다는 0.6% 뛰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추정치를 모두 상회했다. 전문가들은 근원 PCE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7%, 0.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원 PCE는 Fed가 가장 중시하는 물가지표다.

Fed의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도 Fed의 긴축 정책 기조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며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국가)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유럽연합(EU) 출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의 9월 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상승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유로스타트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상승률이 두 자릿수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추정치(9.7%)도 웃돌았다.

유로존의 9월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에너지 가격이다. 이 기간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40.8% 급등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한 여파다. 식료품과 주류·담배 가격은 같은 기간 11.8% 올랐다. 공업제품은 5.6%, 서비스 가격은 4.3% 상승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지난 8월 상승률(4.3%)보다 가팔랐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10월 2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박주연/이고운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