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약세, 中수출에 도움 안돼…글로벌 수요 둔화 악재 탓"
위안화 약세에도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수출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29일 전했다.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의 하락은 수출 가격 경쟁력 제고로 이어져 수출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악재가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

SCMP가 중국 세관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중국산 전기담요가 유럽연합(EU)·영국,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지로 수출된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62%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국산 히터의 EU 수출은 47% 증가했다.

올 겨울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하는 유럽에서 중국산 난방제품 수입이 급증했지만, 중국 전체 수출 실적 개선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하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닉 마로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기간 목격했듯 소비 회복력이 중국 수출을 지원할 기둥"이라며 "유럽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가정 소비 둔화 등으로 위축됐고 공급망 붕괴와 기업활동 둔화는 내년 많은 중국 상품에 대한 수요를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의 루이스 쿠이츠 분석가는 무역 전망은 환율보다 글로벌 수요에 더 좌우되기에 위안화 약세가 중국 수출을 크게 신장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위안화 환율은 28일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7.2647달러까지 상승, 역내·역외 환율을 구분해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쿠이츠 분석가는 "달러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주요국 통화가 하락했고, 다른 통화들 가치가 위안화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며 "실제로 무역 관점에서 위안화의 가치는 올해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향후 몇 달간 수출 둔화와 계속되는 내수 부진의 충격을 상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등의 경기 하강으로 8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넉 달 만에 한 자릿수로 크게 떨어졌다.

8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에 그쳐 7월(18%)보다 크게 부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해상 운임이 최근 급격히 떨어진 것도 글로벌 수요 약화를 반영한다.

40피트짜리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드루리 컨테이너 운임지수에 따르면 지난주 상하이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운임은 3천779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3개월 전의 절반 수준이며 작년 동기 대비로는 11% 하락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을 앞두고 해상 물류가 특수를 이루는 때에 해상 운임이 오히려 하락한 것이지만, 해운사와 물류회사들은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은 듯하다고 우려한다.

왕숴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향후 6개월 전망이 밝지 않다며 "외부 수요 감소는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다른 나라들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지만 여행 제한 등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중국은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오프쇼어링(생산기지 해외 이전) 위험을 인지해야 하며 외국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과 사업 조건을 보장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