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28일(현지시간) 전 장보다 상승 마감했다. 달러 강세 완화와 허리케인 이언, 미국 원유 재고 감소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추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 11월물은 전 장보다 3.5%(3.05달러) 오른 배럴당 89.32달러로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11월물은 4.7%(3.65달러) 상승한 배럴당 82.15달러로 장을 마쳤다. WTI는 4거래일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회복했으며 이날 하루 상승률은 7월18일 이후 두달여 만에 최대였다.
허리케인 이언 동향 주목…WTI 두달 만에 최대 상승폭 [오늘의 유가 동향]
미국의 원유 재고가 약 한 달 만에 감소했다는 소식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집계 결과 지난주 원유 재고(17~23일)는 직전 주보다 21만5000배럴 줄어들었다. 3주 연속해 증가하던 재고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휘발유 재고는 242만2000배럴, 정제유 재고는 289만10000배럴 줄었다. 시장에서는 휘발유 재고는 늘어나고 정제유 제고는 1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봤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 추정보다 재고가 많이 줄었다. 단 이는 미국의 정유 설비 가동률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해당 주간에 미국의 정유 설비 가동률은 90.6%로 직전(93.6%)보다 떨어졌다.

미국 달러 강세가 주춤해진 점도 원인이다. 최근 들어 20년 동안 최고치를 경신해오던 달러 가치는 이날 한때 전날보다 0.9% 가량 하락했다. 강(强) 달러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실질 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있어 수요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달러 강세가 누그러질 경우에는 반대 효과가 발생한다. 전날까지만 해도 영국 국채 금리 상승(국채 가격 하락)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으로 달러가 강세였으나, 28일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장기 국채 매입 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달러 강세가 진정됐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의 가스 누출 사건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방이 이 사고를 러시아 소행으로 판단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은 대러시아 추가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와 70억유로(약 9조7000억원) 상당의 수입제한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수입제한 대상으로는 철강 제품, 석유정제에 필요한 일부 석탄, 다이아몬드 등이 거론된다.

이날 브렌트유보다 WTI 가격상승폭이 컸던 이유는 허리케인 이언이다. 전력망이 훼손될 만큼 쿠바를 강타한 이언은 28일 플로리다주에 상륙했다. 이언 때문에 미국의 원유 생산 시설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유가 상승을 자극하게 된다. 정유회사 셰브런과 BP는 앞서 멕시코만의 일부 생산 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