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까지 탈원전을 계획했던 독일이 남은 원전 세 곳 중 두 곳의 폐기 일정을 최장 내년 4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난으로 전력 확보가 시급해진 영향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원자력 발전소인 이자르2호와 네카르베스트하임 두 곳의 수명을 계획보다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독일은 올해 말까지 원자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원전 두 곳을 대기 상태로 유지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독일이 원전 폐기 일정을 연장한 데는 프랑스 영향이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에너지난을 극복하기 위해 이달 초 서로 에너지를 나눠 쓰기로 했다. 러시아가 지난 2일 주요 7개국(G7)의 원유 가격 상한제 시행 확정에 반발해 노르트스트림1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프랑스는 독일에 가스를 보내고, 독일은 전기를 프랑스로 보내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특히 독일은 전력 생산량이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하지만 프랑스 전력난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독일도 확보해야 할 예비전력량이 더 많아졌다. 프랑스가 원전을 대거 보수해 전력 공급이 부족해져서다. 프랑스의 원전 발전량은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베크 부총리는 “프랑스의 상황은 좋지 않고 이미 지난 몇 주 동안 예상보다 훨씬 더 악화했다”며 “최근 몇 년간 프랑스의 (전력 관련) 예측이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원전 폐기 연장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자르2 원전의 경우 12월 내, 네카르베스트하임 원전은 내년 초까지 이뤄져야 한다. 하베크 부총리는 다만 이번 조치가 영구적인 가동 연장은 아니며, ‘탈원전’ 정책은 유지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그는 “원자력은 고위험 기술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새로운 연료봉은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은 지난 7월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전력원인 석탄화력발전소를 다시 가동해 기존 가스 소비량의 1~2%가량을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탈석탄을 추구해온 에너지 정책의 ‘후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