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반도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대표.  /사진=로이터
자동차용 반도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대표. /사진=로이터
이동통신용 반도체칩 업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퀄컴이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은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동차 사업 부문에서 누적 수주액이 300억달러(약 43조3200억원)를 돌파했다. 월가에선 퀄컴이 스마트폰 시장 경기 악화로 본업인 모바일 칩 사업에 타격을 받으면서 주가가 매력적인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JP모간 “퀄컴 자동차 사업 진출 성공적”

27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퀄컴 주가는 0.5% 오른 120.3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14일 기록했던 연중 최고가(188.69달러) 대비 주가가 36%나 빠졌다. 올해 S&P500 하락폭(24%)보다 더 떨어졌다. 지난 26일엔 주가가 119.74달러를 기록하며 2020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미국 국채 금리가 뛰는 가운데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S&P500 지수가 5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다.

주가 흐름은 나쁘지만 투자업계 평가는 희망적이다. 주가가 연중 최저가를 기록한 26일 JP모간은 퀄컴에 대한 투자 의견으로 매수 등급인 ‘비중 확대’ 평가를 내놨다. 목표 주가는 185달러를 제시했다. 주가 상승 여력이 54% 있다고 봤다. JP모간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역풍이 닥쳤지만 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 분야 진출은 성공적”이라며 “사업 다각화 성공은 동종 기업과 달리 퀄컴을 재평가 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퀄컴 주가가 다른 스마트폰 반도체 업체들보다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JP모간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는 지난 5년간 주당순이익(EPS)의 16배 수준에서 형성됐다. 반면 퀄컴의 주가는 EPS의 9배 수준이다. 저평가된 주가 덕분에 거시경제 악화로 인한 주가 하방 압력이 낮다는 게 JP모간의 주장이다.

JP모간은 이동통신용 반도체 시장에서 퀄컴이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퀄컴의 모바일 칩(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 2분기 44%를 기록했다. 경쟁자인 애플(23%), 미디어텍(22%) 등의 두 배 수준이다.

혼다, 볼보 이어 벤츠와도 맞손

퀄컴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 사업이다. 자동차용 반도체칩을 이용한 디지털 섀시 플랫폼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2분기 퀄컴의 자동차 사업 매출은 전체 매출의 4% 수준인 3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최근 분위기는 실적보다 긍정적이다. 지난 22일 퀄컴은 미국 뉴욕에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를 열고 “자동차 사업 부문 수주액이 총 3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공개했던 수주액(190억달러) 대비 두 달 만에 110억달러가 늘었다.

혼다와 볼보는 이미 퀄컴의 디지털 섀시가 적용된 조종석(콕핏)을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 중이다. 르노도 퀄컴의 콕핏·무선통신·자율주행 기술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달엔 메르세데스벤츠도 퀄컴에서 디지털 섀시를 공급 받기로 했다. 퀄컴은 메르세데스벤츠에 AI를 토대로 한 가상비서 기능까지 지원할 에정이다. 퀄컴은 지난 4월 스웨덴 자동차 기술업체인 베오니어를 45억달러(약 6조4900억원)에 인수해 자율주행 기술력을 증강시켰다.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동차 품질과 보안에 대한 지식을 갖춘 직원 고용을 늘리고 있다”며 “13억달러 수준인 자동차 사업 연매출을 2026년 40억달러, 2031년 90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후속 사업으로는 메타버스를 낙점했다. 퀄컴은 지난 2일 메타버스용 칩셋 개발을 위해 메타와 협업하기로 했다. 투자정보매체 팁랭크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퀄컴의 평균 목표 주가는 183.69달러다. 매수 의견을 내놓은 비율은 61%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