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집권 후 외국과 첫 거래 체결
러시아, 탈레반에 유화 손짓…"식량·연료 할인가에 공급 계약"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에 연료와 식량을 제공하기로 가계약을 체결했다고 누루딘 아지지 아프간 무역·산업부 장관 대행이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지지 장관 대행은 무역 파트너를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러시아가 국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연료와 식량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는 1년여 전 탈레반이 집권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이 처음 다른 나라와 체결한 것으로, 이를 통해 아프간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로이터는 밝혔다.

탈레반은 10여 년 동안 아프간을 점령한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싸우다 1년여 전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 집권했으나 여전히 국제사회로부터 국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방측은 탈레반이 특히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바꾸고 다른 무장 조직들과의 연계를 끊어야만 정부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서방 국가들이 탈레반을 제재하면서 아프가니스탄 경제는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했고, 아프간 주민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도 탈레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탈레반이 집권한 뒤 탈레반 지도자들을 수도인 모스크바로 초청한 바 있다.

러시아는 또 아프간에 대사관을 둔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한다.

아지지 장관 대행은 이번 계약으로 러시아가 각각 약 100만 톤 가량의 석유와 디젤류, 50만 톤의 액화석유가스(LPG), 200만 톤의 밀을 매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계약 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며, 계약 이행이 만족스러울 경우 양측은 계약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품목별 가격이나 대금 지불 방법 등 계약의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러시아가 도로나 철도를 통해 물품을 공급할 예정이며 국제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에 앞서 탈레반 협상팀은 모스크바에서 몇 주간 머물렀고, 아지지 장관 대행이 지난달 모스크바를 방문한 뒤에도 계속 러시아 측과 협의해 왔다.

이번 계약과 관련해 러시아 에너지부나 농업부, 석유와 가스를 담당하는 알렉산데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실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