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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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3거래일 만에 상승했다. 미국에서 허리케인 이언(Ian)이 북상하면서 멕시코만 일대 정유 시설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다음달 초 여는 회의에서 석유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가격을 끌어올렸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유(WTI) 선물(11월물)은 전 장보다 1.79달러(2.33%) 상승한 7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선물 가격은 지난 23일 경기침체 우려로 4.75% 하락하며 80달러 밑으로 떨어진 후 26일 76.71달러로 지난 1월 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상승 반전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12월물)도 전 장보다 2.01달러(2.43%) 오른 84.87달러를 기록했다. 역시 2거래일간 떨어졌다가 이날 반등했다.
美 허리케인 북상…WTI 2.3% 반등 [오늘의 유가동향]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이언은 3등급 허리케인으로 최고 시속 200km를 넘는 강풍을 동반한다. 이언이 멕시코만을 지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정유업체 쉐브론과 셸은 지난 26일 멕시코만 일대의 정유 시설 일부를 가동 중단했다고 밝혔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27일 미 안전환경집행국(BSEE)은 허리케인에 대비하기 위해 걸프 지역 석유 생산 시설의 11%와 천연가스 생산 시설의 8.56%가 임시 폐쇄됐다고 발표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정유시설에 큰 피해를 입혔을 당시 미 휘발유 가격이 6일 만에 18% 뛰기도 했다.

다만 이번 허리케인이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즈호증권의 밥 예거 선물 사업부 이사는 “허리케인이 경로를 바꾸고 더 많은 정유시설이 폐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석유가 곧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공급 축소 우려도 제기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OPEC+은 다음달 5일 원유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모인다. 국제유가가 최근 하락세를 그리는 만큼 OPEC+이 이번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워런 패터슨 ING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OPEC+가 유가 하락세를 방어하기 위해 공급 감축을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지난달보다 생산량 감축폭이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회의에서 OPEC+은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1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투자은행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보노 분석가는 “(현재 상황에서) OPEC+의 공급 감축만이 단기적으로 유가 하락 모멘텀을 깰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