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업들의 상품 및 서비스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섰다. ‘숨은 수수료’와 가격 담합을 단속하고, 정유업체들에게는 “기름값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을 압박해 가격을 낮춰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목적이다.

26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경쟁위원회 회의에서 “불필요한 숨은 수수료들이 미국 가계의 지갑에서 돈을 빼가고 있다”며 비용을 낮출 것을 촉구했다. 그는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 휴대전화 해지 수수료와 한도대출(당좌대월) 수수료 등을 숨은 수수료의 예로 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 교통부는 이날 항공사가 항공권을 구매하기 소비자들에게 수수료를 포함한 최종 요금을 미리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새로 발표했다. 항공사들은 승객이 비행기 티켓을 살 때 위탁 수하물 추가요금과 아동 동반 좌석 수수료, 항공권 변경 수수료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백악관은 지난해 대형 항공사의 예약 취소 및 변경 수수료 수익이 7억달러(약 9995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수료 압박 조치로 기업들의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수수료 등 비용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소비자들이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고,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되면 결국 소비자에게 이득이라는 취지다. 그는 “경쟁이 벌어지면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며 “(수수료 압박) 조치가 가계의 부담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농무부(USDA)는 이날 주 검찰과 협력해 농업 부문의 반경쟁 행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축산 시장은 4대 대형 기업들이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이전부터 반독점 드라이브를 건 바이든 행정부의 타깃이 됐다. 기업들이 담합해 축산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이들을 겨냥해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닌 착취”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유소 등 정유업체들에게 “기름 가격을 낮추라”고도 말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올 여름 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인데 주유소들이 기름값을 낮추지 않아 소비자들의 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