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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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26일(현지시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85달러 선을 내줬다. 이는 미국 은행 씨티그룹이 지난 여름 제시했던 ‘기준선’ 중 하나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11월물은 전 장보다 2.3%(2.06달러) 하락한 배럴당 76.71달러로 마감했다. WTI 선물 가격은 1월 6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브렌트유 선물 11월물은 2.4%(2.09달러) 내린 배럴당 84.06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월 6일 이후 최저치였다.
<최근 1년 동안 국제 유가 동향>
자료: 오일프라이스닷컴
<최근 1년 동안 국제 유가 동향> 자료: 오일프라이스닷컴
이날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85달러를 내주자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은행 씨티그룹이 지난 여름 내놓았던 전망을 떠올렸다. 지난 7월 초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내고 경기침체가 온다는 가정 아래 “국제 유가는 올 연말 배럴당 65달러, 내년 말 45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씨티그룹은 “국제유가는 거의 모든 경기침체 국면에서 한계비용까지 떨어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보고서를 내고 에드 모스 씨티그룹 글로벌 원자재리서치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85달러로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이 이 같은 보고서를 낼 당시에는 모스 대표가 과도한 비관론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씨티그룹의 전망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날 국제 유가 하락의 원인은 역시 강(强) 달러였다. 이날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상승했다. 지난 23일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2027년까지 총 450억파운드(약 68조원)를 감세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25일에는 쿼지 콰텡 재무장관이 추가 감세까지 시사했다. 영국 정부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채권을 대규모로 찍을 예정이라 정부 부채 부담이 가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했다. 이에 시장 참여자들은 영국 파운드화 ‘팔자’에 나섰고 파운드화 가치는 1.0349달러로까지 밀렸다. 유로화 가치도 하락했다.

반면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지수는 2002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가 강세면 달러 표시인 원자재 실질가격이 비싸져 원자재 수요를 위축시키고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 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강달러와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으로 국제 유가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이어지고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