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반토막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아시아 역내 개발도상국의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낮아지게 되는 것으로, 32년 만의 일이다.

세계은행(WB)은 26일(현지시간)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의 경제 여건을 담은 반기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중국과 나머지 지역을 분리해서 보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8%, 나머지 22개국은 평균 5.3%로 전망됐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4월 전망(5%)보다 2.2%포인트 내려 잡았다. 중국 정부의 전망치(5.5%)의 절반 수준이다.

아태지역 개도국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3.2%로 예상됐다. 이는 최근 보고서인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제시된 전망치 5%보다 하향 조정된 수치로 중국의 경기 부진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중국이 역내 주변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뒤처진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중국의 성장률이 3.9%로 둔화하고, 개도국의 성장률은 5.3%를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산업생산, 내수, 수출 등이 차질을 빚었고 현지 부동산 시장 위기도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반면 역내 나머지 국가 대부분에서는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국내 수요가 회복하면서 성장 모멘텀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5.1%)와 말레이시아(6.4%) 등의 개도국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호조와 국내 수요 회복 등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세계은행이 이들 국가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2.6%)보다 두 배 수준으로 전망한 이유다.

이번 보고서의 대상 국가는 중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사모아, 통가 등 태평양 섬나라 등 23개국이다. 한국이나 싱가포르, 일본 등 선진국은 제외된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다른 곳에서도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중국 성장률을 4월(5%)보다 내린 3.3%로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