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의장 유력…"차기 정부 플레이메이커 될 것"
85세 伊 베를루스코니, '추문 제조기' 오명 딛고 상원의원 복귀
언론재벌 출신으로 늘 스캔들의 한가운데 있어 '추문 제조기'로 불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5) 전 이탈리아 총리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는 조르자 멜로니의 이탈리아형제들(Fdl), 마테오 살비니의 동맹(Lega) 등과 함께 우파 연합을 결성해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승리했다.

본인은 몬차 지역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26일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50%가 넘는 득표율로 상원의원 당선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2013년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박탈당했던 상원의원직을 9년 만에 되찾은 것이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에 있는 도시인 몬차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프로축구단 구단주로 있는 곳이다.

그는 2018년 이탈리아 프로축구 3부리그에 있던 몬차를 인수해 지난 시즌 1부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현지 언론들은 9년 만에 의회에 복귀하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불멸의 존재로 묘사했다.

베를루스코니는 10월 13일부터 시작되는 새 국회에서 상원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업체와 미디어 기업을 거느린 이탈리아 최고의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1994∼2011년 사이 총리를 세 차례나 지냈지만, 뇌물, 횡령, 성 추문 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2011년에는 미성년자와의 성 추문 의혹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고, 2013년에는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상원의원직 박탈과 함께 공직 출마를 금지당했다.

당초 2019년까지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었지만, 2018년 5월 밀라노 법원이 복권 요청을 받아들여 족쇄가 풀렸다.

재기에 나선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올해 1월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냈으나 좌파 진영의 지지를 얻지 못해 출마를 중도 포기했다.

당시만 해도 베를루스코니의 정치 생명은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이번 조기 총선을 통해 화려하게 정치 최일선에 복귀했다.

한물간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비웃듯 베를루스코니는 이달 초 '틱톡' 계정을 열고 영상을 올려 화제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 영상들로 한 달 만에 팔로워 60만 명을 확보했다.

한 영상은 조회 수가 100만 회를 훌쩍 넘겼다.

차기 정권 실세인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이 멜로니와 살비니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극우 정권 출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차기 정부 내에서 친유럽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25일 투표를 마친 뒤 "정부에서 플레이메이커와 같은 역할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