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가면서 세계 대형 금융회사들이 중화권 사업의 위험 관리에 나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대규모 손실을 본 쓰라린 경험 때문에 대만 문제에 대한 비상계획을 선제적으로 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은행 JP모간체이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스위스 UBS 등이 최근 몇 달 동안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화권 사업 위험을 재평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회사들은 중국과 미국이 대만 문제 때문에 전쟁까지 벌일 것으로 보진 않는다. 대신 대만 문제를 계기로 양국이 금융 및 무역과 관련해 상호 보복성 제재를 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이 최근 수년 동안 중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들의 중국 은행권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지난해 말 기준 570억달러(약 81조6000억원)가량으로 불어났다. 게다가 지난 21일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이 월가 은행 수장들에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지 여부를 묻기까지 했다.

일부 금융회사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를 상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현지 직원의 안전 문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고객 식별, 손실액 축소 방법 등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한 ‘학습효과’도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금융회사들은 러시아 사업 철수 등으로 손실을 봤고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유럽 은행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00억달러(약 14조3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보험회사들도 중국, 대만에서의 사업과 관련한 보험 계약을 꺼리고 있다. 컨설팅회사 윌리스타워스왓슨에 따르면 중국과 관련한 정치적 위험에 따른 손실을 보장하는 추가 보험료는 평균 67% 뛰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