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제2의 외환위기’를 맞닥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과 일본의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아시아 대표 통화 가치가 축소되면서 아시아 전체에서 외국 자본이 이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며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5엔을 넘기며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안화도 달러당 7위안을 넘기며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들어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3%포인트 인상한 게 악재로 작용했다. 일본과 중국은 미국과 달리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비슈누 바라탄 미즈호은행 수석전략가는 “아시아 시장을 대표하는 엔화와 위안화의 약세는 아시아 전체 통화 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는) 통화 약세가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라며 “다음 단계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골드만삭스 통화전략가였던 짐 오닐 채텀하우스(영국 싱크탱크) 고문은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면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공포가 확산하고 외국 자본의 탈(脫)아시아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시아 주식 시장에서 글로벌 펀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대만에서 440억달러, 인도 200억달러, 한국에선 137억달러가 유출됐다. 타이무르 베이그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위험이 아시아에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 평가절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强)달러’ 현상에 외환보유액이 고갈될 것이란 위기감이 증폭돼서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아시아 증시가 출렁였다. 26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6% 급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 내려앉았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