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조직한 시위라는 분석도
러시아의 위협받는 몰도바서 '인플레 규탄' 반정부 시위
친서방 노선으로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시달리는 동유럽 몰도바에서 인플레이션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 관저 앞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는 이날 시위대가 5천명가량이라고 추산했다.

지난주부터 2주 연속 주말 시위를 벌인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에너지 가격 등 물가 상승에 항의하며 '마이아 산두 타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산두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겠다며 의회 근처에 천막을 다수 설치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서남부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는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자 몰도바에서도 23일 기준으로 가정용 가스 가격이 1㎥당 1.51달러(약 2천100원)로 조정되면서 작년 10월 대비 27% 올랐다.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8월 기준 34.3%로 전쟁이 발발한 2월 18.5%에 비해 2배 수준으로 뛰었다.

몰도바가 우크라이나에 이은 러시아의 다음 점령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제기된다.

몰도바에서는 2020년 친서방 성향의 마이아 산두가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당시 대통령을 꺾고 집권했고, 지난해 8월에는 나탈리아 가브릴리타 총리가 이끄는 친서방 내각이 구성됐다.

이후 몰도바 정부는 전 정권의 친러시아 정책에서 선회해 유럽연합(EU) 등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 이어 몰도바의 친러 분쟁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점령지를 확대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로이터는 이번 시위가 앞서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야당 쇼르당 대표인 일란 쇼르에 의해 조직됐다고 분석하고, 현 몰도바 정부에 즉각적인 위협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브릴리타 총리는 "몰도바와 몰도바 국민의 문제는 길거리에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저소득층을 비롯해 가장 도움이 필요한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