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각국에 빌려준 자금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보도가 나왔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세계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이 금융위기에 내몰리면서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IMF가 세계 각국에 제공한 차관이 총 44개 프로그램, 1400억달러(약 199조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FT는 “합의 후 아직 제공하지 않은 차관까지 포함하면 총 차관 규모가 2680억달러(약 381조원)를 넘는다”고 전했다.

주 채무국가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다. IMF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인 아르헨티나와 41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합의했으며 지난달에는 파키스탄에 11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잠비아와 스리랑카, 가나, 이집트 등도 IMF와 협상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이집트가 15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면서 신흥국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된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마저 커지면서다.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은 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고 달러 표시 부채 부담도 커졌다.

이들 국가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IMF의 문을 잇따라 두드리면서 IMF의 대출 여력이 조만간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MF 전략·정책 검토 부서의 비카스 조시 부장은 “현재 차관 규모는 가용할 수 있는 자금 1조달러의 일부”라면서도 “다수 국가가 IMF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차관 규모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