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지지세 회복한 오성운동이 변수
이탈리아 총선 투표 시작…극우 세력 승리 여부에 '촉각'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의 운명을 좌우할 이탈리아 조기 총선이 25일 오전 7시(현지시간)를 기해 일제히 시작됐다.

애초 이탈리아 총선은 내년 3월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출범한 거국내각을 이끌던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실각하면서 시기가 6개월여 앞당겨졌다.

이번 총선에선 하원의원 400명, 상원의원 200명이 각각 선출된다.

2020년 9월 헌법 개정으로 하원 630명, 상원 315명에서 의석수가 크게 줄어 총 600석으로 운영된다.

상원 선거 가능 연령이 25세에서 18세로 낮아지면서 그동안 엇박자를 냈던 상·하원 투표 연령이 같아진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이번 조기 총선에선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이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파 연합은 공표가 허용된 마지막 시기인 지난 9일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6.6%로 중도 좌파 연합(27.2%)을 20%포인트 가까이 크게 앞서며 일찌감치 승리를 예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상대로 선거 결과가 나오면 우파 연합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의 대표인 조르자 멜로니(45)가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2차 세계대전 이후 첫 극우 지도자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이탈리아 총선 투표 시작…극우 세력 승리 여부에 '촉각'
다만 범좌파에 속하는 오성운동(M5S)의 지지율이 최근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2018년 총선에서 득표율 32.7%로 원내 1당을 차지했던 오성운동은 지난 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4.5%로 이탈리아형제들, 민주당(PD)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멜로니 대표가 선거 운동 막판, 오성운동의 텃밭인 남부 지역 유세에 공을 들인 것도 오성운동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유럽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이탈리아 총선 결과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50%에 이를 정도로 나랏빚이 많은 이탈리아의 경제가 흔들리면 역내 경제 위기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 우파 연합 내 친푸틴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대러시아 제재를 비판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선 것도 유럽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네오 파시스트'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멜로니 대표는 "파시즘은 지나간 과거"라며 온건 보수주의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의혹을 완전히 씻지는 못했다.

이번 총선 투표 마감 시간은 오후 11시다.

이후 출구 조사결과가 발표된다.

우파 연합의 압승으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차기 정부 구성은 아무리 일러도 10월 말은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