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동원령' 발동 직후라 '러와 거리두기 함의' 주목
왕이, EU 외교대표 만난 자리에선 "급선무는 휴전" 강조
中 외교부장 "우크라 대치 심화시키는 언행 피해야"(종합)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언행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23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 부장은 2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 출석해 "함께 국면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각측은 모두 자제력을 유지하고, 대치를 심화시키는 언행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행 자제' 촉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서방 각국 등 전쟁의 모든 당사자를 상대로 한 일반적인 발언일 수 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 부분적 '동원령'을 발동하고 핵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강경 발언을 한 직후 중국 외교 책임자가 '언행 자제'를 거론한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전쟁 장기화 속에 러시아와 '일심동체'로 간주되면서 서방의 견제를 전쟁 전보다 더 받고 있는 현 상황에 중국이 점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이와 함께 왕 부장은 "대화와 협상의 방향을 반드시 견지해야 한다"며 "급선무는 당사자들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합리적인 우려 사항을 협상에 반영하는 한편 실행할 수 있는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결과를 도출해 평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반드시 건설적인 역할을 해서 긴장을 낮추도록 도와야 한다"며 "핵시설 안전 문제는 시행착오를 용인하지 않으며, 어떠한 위험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왕 부장은 이번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식량 안보 문제에 주는 악영향을 거론한 뒤 "독자 제재를 남용해서는 안 되며, 개발도상국들이 대가를 치러서는 더더구나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각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은 응당 보호받아야 하며,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은 모두 준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측의 합리적 안보 우려는 응당 중시되어야 하며, 평화적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러시아의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지지하는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에 따른 러시아의 안보상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왕 부장은 21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가진 회담에서 "현재 급선무는 휴전"이라며 "중국은 수수방관하거나 불에 기름을 붓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확대·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부정적 파급효과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중국이 보고 싶어하지 않은 일"이라며 "우리는 EU와 유럽의 대국들이 평화를 위해 계속 중재하면서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中 외교부장 "우크라 대치 심화시키는 언행 피해야"(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