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질문을 던진 폭스뉴스 기자를 향해 혼잣말로 욕설하는 모습이 의회 중계방송을 통해 그대로 중계됐다. /캡처=폭스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질문을 던진 폭스뉴스 기자를 향해 혼잣말로 욕설하는 모습이 의회 중계방송을 통해 그대로 중계됐다. /캡처=폭스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외신에서 보도되면서 '핫 마이크'(hot mic)가 화제다. '핫 마이크'는 마이크가 아직 뜨거울 때 터진 사고라는 뜻이다. 각국 정상이나 고위 관료 등의 공식 석상에서 마이크가 켜져 있거나 녹음기가 돌아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뱉은 사담이나 농담이 논란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가장 유명한 '핫마이크' 사고는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 중 보수 매체 폭스뉴스 출입 기자가 미국의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자 "멍청한 개자식(stupid son-of-a bitch)"이라고 혼자 중얼거린 일이다. 이는 의회 중계방송 C-Span을 타고 전국에 생중계됐다. 공화당과 언론들은 '언론 비하' 등으로 맹비난하며 파장이 일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핫마이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2010년 부통령 시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확대안 '오바마케어'를 서명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을 치켜세운답시고 귀엣말로 "이거 X라 대단한 일(a big fucking deal)""이라고 말했다. 야당 등에선 "이게 부통령이 법안 서명식에서 할 언사냐"는 반발이 나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19년 영국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대화하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을 두고 "40분 동안이나 기자회견을 하더라. 참모들 입이 떡 벌어지더라"고 험담하는 듯한 발언이 방송 카메라에 담겨 공개됐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향해 "위선자(two-faced)"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1984년엔 '핫 마이크'가 전쟁 위기까지 불러온 적도 있다.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별장에서 주례 라디오 연설을 앞두고 마이크 테스트를 하던 중 "국민 여러분, 러시아를 영원히 불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하게 돼 기쁩니다. 5분 뒤 러시아 폭격을 시작합니다"라고 농담했다. 이 발언은 즉각 생중계되지는 않았으나, 이후 모종의 경로로 유출이 되면서 소련의 반발을 샀다. 미·소 간 대참사로 이어질뻔 했지만 당시 개방주의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레이건의 친분 덕에 사태 악화를 막았다는 말이 나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