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당국과 합의…전 CEO는 14억원 벌금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2018년과 2019년 737맥스 항공기의 두 차례 추락사고 후 해당 사안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혐의를 조사 중인 증권당국과 2억달러(약 2천800억원)를 내기로 합의했다.

또 당시 보잉을 이끌었던 전임 최고경영자(CEO) 데니스 뮐렌버그도 별도 합의에서 벌금 100만달러(약 14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보잉과 뮐렌버그 CEO는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라이언항공의 보잉 737맥스가 추락해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한 후 사고가 조종사 실수나 항공사의 부실한 보수·유지 때문임을 시사하는 보도자료를 내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 이미 비행제어시스템이 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위험을 야기한다는 내부 조사 결과가 나온 상태였다.

보잉은 이를 숨긴 채 737맥스가 "지금까지 하늘을 날았던 어느 비행기만큼이나 안전하다"고 단언했다.

보잉 측은 이어 2019년 3월 에티오피아에서 에티오피아항공의 737맥스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역시 항공기 안전과 관련한 사실을 호도하는 언급을 했다.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인명사고에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항공안전 당국이 737맥스의 운항을 허가했다가 사고가 재발한 것이었다.

보잉 측은 737맥스의 승인 과정에서 숨긴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나, 비행제어시스템과 관련한 주요한 문제를 발견하고서도 이를 미 연방항공청(FAA)에 알리지 않았다고 SEC는 지적했다.

SEC는 또한 사고와 관련해 거짓 언급들을 하고서 투자자들에게 회사채를 판매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투자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도 있는 정보를 속인 채 채권이나 주식을 판매하는 것은 연방증권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위기와 비극의 시기에 상장사와 임원들이 충분하고 공정하며 진실하게 공시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보잉과 뮐렌버그 전 CEO는 이런 기본적인 임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잉은 SEC와 합의하면서 이번 사안과 관련한 사실을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보잉 관계자는 이날 성명에서 사고 후 안전 절차와 안전문제 감독기능을 개선했다며 이번 합의는 737맥스와 관련한 법적 문제를 책임감 있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월 보잉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25억달러(약 3조4천700억원)를 내고 기소유예를 받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보잉 측이 내기로 한 금액엔 범죄 혐의에 대한 과징금(2억4천360만달러)과 추락사고 희생자 가족을 위한 펀드(5억달러), 보잉 고객사에 대한 피해보상액(17억7천만달러) 등이 포함됐다.

737맥스의 두 차례 사고로 총 346명이 숨졌다.

당시 사고는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으로 불리는 자동 실속(失速) 방지 시스템의 문제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737맥스는 에티오피아 추락사고 후 한동안 운항이 금지됐다가 2020년 말부터 다시 비행이 허용됐다.

보잉, 737맥스 추락사고 투자자 속인 혐의로 2천800억원 내기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