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정부의 재정 악화로 번지고 있다. 중국에서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특수목적법인인 지방정부융자기구(LGFV)가 기업어음(CP)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LGFV의 채무는 중국 지방정부의 대표적인 ‘숨겨진 빚’으로 꼽힌다.

유동성 말라가는 LGFV

18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CP 미상환 상태에 빠진 LGFV는 43곳으로 집계됐다. 7월 말 27곳에서 1.5배 급증했다. 6개월 전인 2월 말에 비해선 3배 이상 늘었다. 시장정보업체 롄허투자자문은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방침과 중앙정부의 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엇갈려 LGFV의 자금난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中 지방정부 숨겨진 부동산 빛 '시한폭탄'
현금을 조달하기 위한 LGFV의 회사채 발행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LGFV 19곳이 8억8600만위안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7월 발행 규모(12곳 2억3200만위안어치)에 비해 금액 기준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LGFV는 지방정부의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인프라 사업에 투자한다. 그런데 LGFV의 채무는 지방정부 계정으로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LGFV들이 어떤 조건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빌리는지에 대한 공식 통계도 없다. 국유은행인 중국은행이 2019년 말 기준 49조3000억위안(약 9700조원)으로 추산한 것이 가장 최근 자료다. 2019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한다. 숨겨진 빚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LGFV는 공익 인프라 사업을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다. 대출이나 투자를 받은 뒤 상환하기보다는 재대출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 은행 등은 LGFV의 수익성보다는 담보를 제공하는 지방정부의 신용도를 보고 융자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올 상반기 LGFV가 받은 융자 3346건 중 84%가 재대출이었다.

지방정부 재정 악화

중국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LGFV의 구조가 큰 문제는 아니었다. 지방정부가 부동산개발업체에 토지사용권을 매각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 수입에서 토지 사용권 매각은 평균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토지사용권 매각이 부진해지자 지방정부는 부족해진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토지사용권을 LGFV에 떠넘기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LGFV의 토지 사용권 매입액은 4000억위안(약 79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가량 급증했다. 민간 개발업체의 매입액은 30% 줄었다. LGFV가 지방정부 자산을 담보로 빌린 돈을 본래 목적인 인프라 개발에 쓰지 않고 지방정부에 헌납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지방정부 입장에선 자기 돈으로 자기 땅을 사는 꼴이 됐다. LGFV의 재정 건전성도 악화했다.

LGFV에 토지사용권을 사도록 하는 ‘돌려막기’까지 했음에도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 중국 금융발전연구소에 따르면 GDP 대비 지방정부의 부채비율은 6월 말 29.4%로 세 분기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4.2%포인트 급등했다.

토지사용권 매각 수익이 줄어들자 중국 정부의 적자도 커지고 있다. 재정부에 따르면 1~8월 지방정부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은 3조4000억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3500억위안(28.5%) 감소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감세로 세수도 2조3000억위안 줄었다. 8월까지 중앙 및 지방정부의 누적 적자는 6조위안에 이른다. 작년 같은 기간의 1조1000억위안은 물론 역대 최대였던 2020년의 4조위안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