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하락했다. 미 철도노조가 파업 시한을 코앞에 두고 극적인 노사합의를 이루면서 에너지 대란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9시(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10월물 가격은 전날 대비 0.37% 하락한 1MBtu(천연가스 단위·1백만파운드 물의 온도를 화씨 1도만큼 올릴 수 있는 열량)당 8.29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개입으로 철도노조가 새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한 것이 천연가스 가격을 끌어내렸다. 미국 내 12개 철도회사 노조 중 두 군데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17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였다. 하지만 철도망 마비에 따른 공급난으로 가뜩이나 심각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일단락됐다.

미국에서 철도는 트럭에 이은 제 2의 화물 운송 수단이다. 상품을 비롯해 석탄 등 에너지 자원도 철도를 통해 이동한다. 철도 운행이 중단될 경우 석탄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천연가스 등 다른 에너지 자원의 가격도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철도 노동자들은 더 나은 급여, 개선된 근무 조건, 보건 비용 관련한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됐다"면서 "철도 회사들은 향후 수십 년간 미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할 산업을 위해 더 많은 근로자를 채용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재고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된 것도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천연가스 저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한 주 동안 지하 저장소의 천연가스는 2.85%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보다 많은 것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재고 증가와 그에 따른 가격 하락은 현재 미국을 괴롭히고 있는 가스 구매자들의 가격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올 겨울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의 공급 차단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다수의 의견과는 대조적인 관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사만다 다트 애널리스트는 지난 13일 "소비자들이 천연가스 사용을 줄이고 각국이 저장고에 대규모 물량을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향후 6개월 내에 절반 가량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