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강달러에 국제유가 하락 [오늘의 유가 동향]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았으며 이 여파로 달러 인덱스가 상승해서다.
인플레 우려·강달러에 국제유가 하락 [오늘의 유가 동향]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유(WTI) 선물(10월물)은 전 장보다 0.47달러(-0.54%) 하락해 배럴당 87.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11월물)도 전 장보다 0.88% 떨어져 배럴당 93.17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미 노동부는 8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로는 0.1% 올랐다. 시장은 앞서 CPI가 전년 동월보다 8% 오르고 전월보다는 0.1% 하락할 것으로 봤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6.3% 올랐다. 전월보다는 0.6% 상승했다.
인플레 우려·강달러에 국제유가 하락 [오늘의 유가 동향]
데니스 키슬러 BOK파이낸셜 수석 부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중앙은행(Fed)이 예상보다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원유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Fed가 고강도 통화긴축 정책을 이어가면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게 되고, 가계 등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원유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전일보다 1.37% 올라 110에 가까워졌다. Fed가 9월에도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달러에 몰렸기 때문이다. 원유 등 국제 주요 원자재 가격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원유 가격도 비싸진다. 이로 인해 원유 수요가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유가 하락세를 일부 방어했다는 평가다. 최근 이란과 미국은 핵협상 관련 유럽연합(EU)의 최종 중재안에 대한 의견을 서로 교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현재 상황에서 빠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미 정부가 원유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가격을 방어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가가 배러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전략비축유 보유량을 채우기 위해 원유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지난 3월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자 전략비축유에서 사상 최대 방출량인 1억8000만배럴을 풀라고 지시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