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에너지 회사들로부터 1400억유로(약 195조원)를 거둬 에너지 가격 급등을 억제하는 데 쓰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연설에서 “전쟁 와중에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얻는 일은 잘못됐다”며 “이익은 공유돼야 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된 에너지 회사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의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1400억유로 이상을 조달해야 한다며 주요 해결책으로 이른바 ‘횡재세’와 가격 제한을 제시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기업이 얻은 초과 이윤을 횡재세로 환수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가스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않아 전력 가격 상승으로 큰 이익을 얻는 원자력, 재생에너지 기업은 수익 상한을 메가와트시(㎿h)당 180유로로 설정하고 초과 수익을 환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EU는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조달한 1400억유로를 EU 회원국에 분배할 예정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재원을 마련하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EU가 궁극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한편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EU는 이달 30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 가스 가격의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현재 기준은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이다. EU가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사용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을 대체할 가격 기준이 가능할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또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상한제 도입은 현재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가격상한제 도입 여부를 놓고 EU 회원국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