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이겼는데 왜"…1·6 폭동 거치며 바이든 취임날 떠나
"트럼프, 대선패배 후 '백악관 안떠나' 언급"…美기자 신간 증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 당시 백악관을 떠나지 않겠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CNN은 뉴욕타임스(NYT) 기자인 매기 하버만이 다음 달 초 출간할 신간 일부 내용을 입수했다며 12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직후 참모들에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위로하면서 뭐가 잘못됐는지 말해달라고 언급했다.

하버만은 이를 두고 트럼프가 자신의 패배를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언론 참모들에게도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난 우리가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후 어느 시점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백악관을 떠날 이유가 없다고 얘기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하버만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참모에게 "난 백악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다른 참모한테도 "선거에서 이겼는데 어떻게 떠날 수 있느냐"고 했다.

또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에게도 "그들이 나한테서 선거를 훔쳤다면 내가 왜 떠나야 하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직후인 2020년 11월 26일 선거인단이 조 바이든 당시 당선인의 당선을 인증하면 백악관을 떠날지에 대한 기자 질문에 선거가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나는 확실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CNN은 "이번 폭로는 미 하원과 법무부의 트럼프 조사 와중에 나왔다"며 "백악관을 떠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1·6 의회 폭동으로 이어진 혼란스러운 대선 이후 상황에 새로운 세부 내용을 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버만은 백악관을 내주길 거부한 트럼프의 언급은 역사적 선례가 없는 것이었고, 이는 그가 향후 뭘 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참모들에게 남겼다고 썼다.

그러면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암살 이후에도 한 달가량 백악관에 머물렀던 메리 토드 링컨 여사의 사례와 가장 유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를 부정하면서 이를 뒤집기 위해 각 주(州) 선거인단에 대한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다.

하지만 1·6 사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자 바이든 대통령 취임 당일인 작년 1월 20일 백악관을 나왔다.

그는 고별 연설에서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미 하원은 1·6 폭동을 방조·조장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고, 미 수사당국 역시 1·6 사태를 비롯한 트럼프의 대선 불복과 기밀문건 반출 혐의 등에 대해 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