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기반 '세종문화회'…시조의 美 주류문화 도약 모색
고유 문학장르 시조에도 한류 열풍을…美교사 위한 교본 출간
한국인의 멋과 정취가 담긴 '시조'를 어떻게 하면 미국 교실에서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미국 주류 교사들을 위한 '시조 교육' 교본이 출간됐다.

'시조, 한국의 시 형태'(SIJO, Korea's Poetry Form)라는 제목이 붙은 총 273쪽 분량의 이 책은 미국 주류 사회에 한국 고유의 문학 장르 '시조'를 널리 알리고 뿌리 내리게 하는 데 힘써 온 시카고 기반의 비영리단체 '세종문화회' 주도로 제작됐다.

2004년 설립 이래 세종문화회를 이끌어온 루시 박 사무총장(71·일리노이대학 의대 교수)은 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주류 영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조 교육 연수를 해왔다.

시조 교육 지침서에 대한 요구가 높아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단순히 시조 교육서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일선 교사 외에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게 되길 기대했다.

총괄편집은 박 사무총장과 위스콘신주 현직 영어 교사이자 작가인 엘리자베스 조겐슨 씨가 맡았고 표지 그림·삽화는 일리노이주립대학 출신 중견 화가 김원숙 씨가 그렸다.

집필에는 세종문화회와 함께 시조 보급·대중화에 힘써 온 하버드대학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데이비드 맥캔 교수를 포함해 1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있다.

'1장 시조, 한국의 시 형태'에서는 한국 시조와 중국의 한시·절구, 일본의 하이쿠 등을 비교하고 미국 사회에 시조가 전파된 과정, 한글 외 언어로 시조 짓기 등에 대해 알아본다.

'2장 시조 교육 계획'에서는 미국 교실에서 시조 가르치기, 한국 시조가 미국 역사 수업에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 시조 읽고 쓰기 연습, 시조 작문 평가와 개선 방법 등을 설명한다.

'3장 나의 애호 시조'에는 세종문화회가 2006년부터 개최해온 시조 경연대회 수상작 24편과 작품 해설 및 평 등이 담겨있다.

고유 문학장르 시조에도 한류 열풍을…美교사 위한 교본 출간
박 사무총장은 "책에 QR코드를 많이 넣어 시조에 대해 더 많은 자료와 상세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17년간 시조 경연대회를 꾸준히 개최해온 덕분에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시조에 대한 관심이 늘고 경연대회 참가자들도 많아졌다"며 지난해 미 전역과 캐나다에서 1천500여 명이 세종문화회 시조 경연대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는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외 지역을 대상으로 한 '제1회 국제 시조경연대회'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박 사무총장은 "(경연대회에는) 19개국에서 200여 명(12~85세)이 참가했다.

1등은 베트남 하노이의 영어교사에게 돌아갔고 장려상은 케냐의 프리랜서 작가가 차지했다"고 전했다.

세종문화회는 일본 하이쿠가 미국 초등학교 정규 교과 과정에 도입된 것처럼 한국의 얼과 정신이 담긴 시조를 미국 주류 문화의 구성 인자로 뿌리내리도록 하고 전 세계에 확대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책은 여러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1천 권은 미국과 캐나다의 시조 교육 교사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지역 도서관에도 배포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는 미국 주류 사회에 기반을 다진 시카고 지역의 전문직 종사 한인들이 지난 2004년 한국 문화유산에 관한 인식과 이해를 증진한다는 취지로 설립했고, 일리노이주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있다.

이들은 세종 작문 경연대회(시조 부문·수필 부문)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시조 교육 연수, 한국의 전통 가락과 정서가 담긴 곡을 연주하는 음악 경연대회, 작곡 경연대회, 한국 문학작품 독후감 대회 등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