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봉쇄 등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탓에 경제가 악화하고 있지만 뜻밖의 호황을 누린 기업이 나타났다. 중국 코로나19 진단 키트 업체들의 매출이 상반기 대폭 증가했다.

7일(현지시간) CNN은 중국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제조하는 업체 상위 12개의 매출과 순이익이 올해 상반기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안돈헬스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으로 22억달러(약 3조 412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만 7728% 폭등했다. 매출은 작년보다 3989% 증대됐다. 중국 현지 상장사 중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안돈헬스의 자회사도 미국 정부로부터 신속항원검사 키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항저우에 있는 어슈어테크는 코로나19 검사 수요 증대로 인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 대비 1324% 치솟았다. 다른 곳도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CNN은 나머지 10개 기업의 상반기 순이익도 전년 대비 50~300%가량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이 펼치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반복하며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부터 올해 4월까지 자국 내에서 115억회의 코로나19 검사가 시행됐다고 밝혔다. 중국 쑤저우 증권에 따르면 올해 4~6월에는 검사 횟수가 108억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키트 제조업체가 수혜를 입는 동안 재정적자가 불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중국 중앙정부는 정기적인 코로나19 검사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대도시에서 주 2회씩 정기 검사를 하게 되면 지난 5월부터 올해 말까지 총 2000억위안(약 39조원)이 소요될 거라고 추산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나머지 70%에게도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려 검역소가 늘어난다면 비용이 예상보다 더 불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는 위축된 상황이다. 올해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0.4%를 기록했다. 최근 2년 내 최저치를 찍었다. 해외 투자은행은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중국 정부가 예상한 5.5%를 밑도는 3%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진단업체 제조기업을 제외한 다른 곳들은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다. 상하이, 선전, 베이징 등에 상장된 4800개 중국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보다 줄어들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