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비정치인 등에 권한 이양·공직 임명권도 줄일 듯
과거 내전 인권침해 국제기구 조사는 거부…"헌법 위반"
경제난 책임론?…스리랑카, 조만간 대통령 권한 축소 헌법 개정
국가 부도가 발생한 스리랑카가 조만간 대통령 권한 축소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알리 사브리 스리랑카 외교부 장관은 이날 대통령 권한 축소 헌법 개정안이 몇 주 내로 입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브리 장관은 "새 개정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줄이고, 참여 통치 방식을 재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회에 제출된 개정안에는 선거관리위원, 경찰·공무원, 뇌물·부패 조사관 임명권 등 대통령 권한을 의원과 비정치인으로 구성되는 별도의 헌법심의회로 넘기는 내용이 담겼다.

9개의 독립 위원회도 설립해 인권 증진, 정부 회계 관리 등을 강화하게 된다.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게 되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 주요 공직자는 대법관, 중앙은행장 등으로 줄어들게 된다.

의회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기본으로 의원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체제를 운용 중이다.

총리가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지만, 대통령이 총리 등 정부 요직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 등 파워가 더 강하다.

대통령 권한은 2015년 헌법 개정 때 상당히 축소됐으나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19년 다시 강화됐다.

하지만 최근 경제난 발생과 관련해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졌다.

라자팍사 정부는 코로나19 등으로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무리한 재정 정책까지 도입해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민심이 폭발했고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해외로 도피한 후 사임했다.

그는 지난 3일 다시 귀국한 상태다.

대통령 권한 축소 작업은 지난 7월 출범한 라닐 위크레메싱게 정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위크레메싱게는 총리로 재직하다가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사임 후 국회에서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경제난 책임론?…스리랑카, 조만간 대통령 권한 축소 헌법 개정
한편, 사브리 장관은 과거 내전 관련 인권 침해 의혹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조사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브리 장관은 외부 기구의 증거 수집 및 자국민 기소 등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선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싱할라족 불교도 주축 정부와 힌두교도인 타밀족 반군 간 내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이 병원과 민간인 대피 시설을 폭격하는 등 4만5천여명의 타밀족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반군도 소년병을 징집했고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거나 학살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유엔(UN)인권이사회 회의에서는 이런 사안도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