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이끌 새 총리가 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각) 발표됨에 따라 보리스 존슨 총리는 총선 승리를 이끈지 3년 만에 물러난다. 존슨 총리는 지난 7월 하원 고별연설에서 “아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hasta la vista, baby)”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데 스페인어로 ‘나중에 봅시다’라는 뜻이다. 영국 정가에서는 존슨 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존슨 총리가 총리직에서 퇴임 이후 행보를 분석했다. 가장 유력한 일은 글쓰기다. 존슨 총리는 언론인 출신으로 정계에 진출하기 전부터 신문과 잡지에 글을 써왔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일주일에 한번 칼럼을 기고하는 것만으로 한해 보수가 27만5000파운드(약 4억3000만원)에 달했다. 총리를 역임한 이후에는 언론사간 유치 경쟁이 벌어지면서 몸값이 더 뛸 전망이다.

또한 그는 출판사로부터 회고록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전직 총리들이 펴내는 회고록의 수입이 엄청나다. 업계 관계자들은 출판사에 따라 존슨 총리한테 100만파운드(약 15억7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달변가답게 연설로 강연료를 챙길 수 있다. 전직 총리들 역시 대중 연설로 거액의 돈을 벌었다. 테레사 메이 전 총리의 경우 올들어 9번의 연설을 통해 71만5000파운드(약 11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BBC는 “존슨 총리는 사람을 웃기는 데 재능이 있기 때문에 강연자로 나선다면 큰 돈을 쓸어담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하원의원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존슨 총리가 의회에 남을지 불투명하다. 하원은 지난 4월 존슨 총리의 파티게이트 거짓말 발언에 관해 조사하기로 결의했다. 작년 12월 하원에서 코로나19 사태 중 총리실에서 방역규정이 모두 준수됐다고 말한 것이 거짓말이냐가 관건이다. 만약 조사에서 거짓말로 판정 나면 존슨 총리는 하원에서 징계를 받고 최악의 경우 의원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또 한번 총리직 복귀를 노릴 수도 있다. 그의 후임자가 다음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야당 대표로서 돌아올 경우다. 존슨 총리의 측근인 보수당의 조너선 말란드 상원의원에 따르면 “존슨 총리가 퇴임 후 다시 총리직을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수당이 다음 총선에 패배한 뒤 새로운 지도자를 찾을 때 적임자가 될 수 있다”고 더 타임스를 통해 밝힌바 있다. 존슨 총리도 마지막 의회 질의응답에서 “현재 임무를 완수했다”며 “아스타 라 비스타(나중에 봅시다)”로 발언을 마무리했는데 이는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암시한 것처럼 보인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