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8102억달러로 세계 10위에 자리매김했다. 호주의 GDP는 1조5426억달러로 세계 12위다. 하지만 두 나라의 비슷한 경제력은 2100년이면 판이하게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은 세계 20위로 떨어지고 호주는 세계 8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의 예상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인구다. 한국의 인구는 지난해 5174만 명에서 2100년 2678만 명으로 줄어들지만, 호주 인구는 같은 기간 2573만 명에서 4235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白濠주의' 버리고 이민 늘린 호주…인구·성장 두마리 토끼 잡았다

인구 계속 늘어나는 호주

호주의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 정책 덕분이다. 2020년 호주의 출산율은 1.58명으로 현재 인구 유지를 위한 출산율 2.0명을 밑돈다. 그런데도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이민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서다.

호주가 처음부터 이민에 관대했던 것은 아니다. 1700년대 영국 식민지로 출발한 호주는 오랫동안 백인 중심 국가였다. 1901년엔 호주 연방의회가 이민제한법을 통과시켰다. 백인 이외, 특히 아시아계의 이민을 사실상 차단하는 법으로 ‘백호주의’의 근간을 이뤘다.

하지만 출산율이 1978년 1.95명으로 2명을 밑돌자 위기의식이 돌았다. 국제정치적으로 1970년대 유럽 국가들과 갈등도 발생했다. 호주 국민들은 아시아태평양의 일원으로 정체성을 새로 정립하고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쪽으로 바꿨다. 백호주의가 1978년 막을 내린 배경이다.

호주 인구는 1970년 1200만 명대에서 2020년 2500만 명대로 올라섰다. 2022년 기준 호주의 총인구 대비 이민자 비중은 30%로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힘입어 호주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28년간 경제성장을 이어갔다.

이민 문호 활짝 연 호주

최근 몇 년간 호주의 이민자 수는 연간 16만 명 안팎이다. 한 해 1만 명 안팎인 한국과는 비교조차 힘들다. 그런데도 호주 정부는 이민자를 두 배 이상 늘려 향후 5년간 200만 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현재 호주의 이민제도는 기술이민, 투자이민, 가족이민 등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 기술이민은 나이, 영어점수, 학력, 전문기술 등 세부 조건에 따라 포인트가 부여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전체 이민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이민은 만 55세 미만의 외국인이 최소 150만호주달러(약 14억원)를 호주 국채에 투자해야 한다. 여기엔 개인 자산(최소 225만호주달러) 증빙, 학력, 영어점수 등의 기타 조건도 따라붙는다. 기타 조건을 완화하려면 최소 투자금액을 500만호주달러로 대폭 늘리면 된다.

호주 정부는 2020년 3월 코로나19 봉쇄조치 여파로 인력난이 심각해지자 의사, 간호사, 엔지니어 등 18개 특정 기술 직종을 ‘우선 이민 기술명단’으로 만들어 입국 제한 면제 혜택군으로 지정했다. 그간 이민을 통해 노동인구를 늘려왔지만, 코로나19로 이민 유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숙련 외국인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했지만, 인력 공백을 메우기에는 모자란다는 분석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뉴사우스웨일스주 등 일부 주정부에서는 연방정부에 “미숙련 외국인력 도입을 위한 새로운 비자제도를 신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도 이민에 적극적

미국은 호주보다 10여 년 일찍 이민 문호를 열었다. 1965년 제정된 이민법이 오늘의 미국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인종차별적인 할당제를 폐지한 것이 골자다. 2010년 이후 미국의 이민자 수는 한 해 평균 100만 명 안팎이다. 자연증가 인구가 2010년 146만 명에 최근 15만 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외국으로부터 인구 유입 덕에 미국 인구는 해마다 120만 명 가까이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망률로 인해 미국의 인구 증가율이 역사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민이 미국의 인구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0년 기준 미국의 이민자 비중은 13.7%에 이른다.

프랑스는 이민을 적극 수용한 덕에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출산율은 1.8명가량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주민 여성들의 출산율이 2.6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1970년대 중반 저숙련 노동자 대신 가족 단위 이민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김리안/오현우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