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선물 가격이 8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새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영향을 미쳤다.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구리 가격의 하락 압력이 커졌다.

26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3개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톤 당 8318달러를 기록했다. 전거래일 대비 2.3% 오르며 지난 6월 29일(8401달러)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15일 20개월 간 최저치를 기록한 뒤 17% 반등했다. Fed가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지난달 들어 커지면서 구리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구리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최근 구리 가격 급등세엔 중국 정부의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는 24일 1조위안(약 195조원)규모 부양책을 발표했다. 국영 발전 기업 등에 2000억위안(약 39조원) 상당의 채권 발행을 허용하고 정책성 특수목적 대출 한도를 3000억위안(약 59조원) 하는 내용 등이 이번 부양책에 담겼다. 올 하반기 들어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악화하며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난 데 따른 대응이다. 28일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EIU)은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6%로 0.4%포인트 낮췄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 선물(3개월물)의 톤당 가격 추이. 자료=LME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 선물(3개월물)의 톤당 가격 추이. 자료=LME
하지만 중국의 경제 부양책 발표에도 LME에서 구리 선물의 26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0.4% 오른 8160.50달러로 최종 기록됐다. 중국에서 나온 또 다른 소식이 구리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구리 수입업체인 마이케메탈은 수입 구리에 대한 구입 대금 지급을 일부 연기한 뒤 중국 정부와 금융기관 등에 금융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원자재 시장은 부동산 위기 심화와 코로나19 재유행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성장이 둔화된 상황이다. 마이케메탈도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마이케메탈은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류, 운송, 제품 판매 등에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 공급업체가 유동성 우려를 제기하면서 배송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광산업체인 호주 BHP그룹은 다음 달 마이케메탈에 인도할 예정이었던 1만톤 규모 구리 선적의 운송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칠레의 코델코도 2건 이상의 구리 선적을 두고 운송 도착지를 마이케메탈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했다.

에너지시장 분석업체인 우드맥켄지의 엘레니 조아니데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구리 수입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 다른 거래자를 빠르게 찾아 수요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6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회의 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를 계속 올린다”는 뜻을 드러낸 점도 구리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8분50여초간의 발표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이어가며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로 인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구리 가격 상승세도 함께 꺾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