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전기요금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은 오는 10월부터 전기·가스요금 상한선을 80% 높인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내년 전기 계약 요금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에너지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상한제 적용해도 급등하는 전기요금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전기·가스 규제기관인 오프젬은 10월부터 에너지 가격 상한선을 표준가구 기준 연간 3549파운드(약 560만원)로 책정했다.
현행 상한액인 1971파운드보다 80% 높다. 1년 전 상한선인 1277파운드와 비교하면 약 세 배 오르는 것이다. 영국 전역의 약 2400만 가구가 오프젬 가격 상한제의 영향을 받는다. 일정 기간 고정 요금을 내는 요금제 소비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영국 정부는 2019년 1월부터 에너지 상한제를 도입했다. 에너지 공급업체가 소비자에게 과도한 전기·가스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오프젬이 가스 도매가격 등을 감안해 결정하며 업체의 이익률은 1.9%로 제한한다. 본래 요금 상한선은 6개월마다 발표해 왔으나 올 8월부터는 3개월로 간격을 단축하기로 했다. 변동성에 빠르게 대응해 에너지기업이 도산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영국의 에너지 상한선이 내년에 더 오를 가능성도 상당하다. 오프젬은 시장 혼란을 이유로 내년 초 에너지 가격 상한 전망치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에너지 공급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너선 브리얼리 오프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치가 많은 사람에게 매우 큰 걱정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최근 상황은 규제기관과 업계가 다룰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내년 전기 계약 요금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h당 85유로이던 전기 계약 요금은 독일은 850유로, 프랑스는 1000유로 이상으로 올라갔다. 지난해에 비해 10배 이상 상승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가계 보호를 위해 오는 12월 31일까지 올해 초 도입한 ‘전기요금 인상률 4% 제한’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전기요금 인상 억제의 구체적 방안은 발표하지 않았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경제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보잔니 스가라바티 연구이사는 “올해 유럽의 모든 국가가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측했다.
긴급 대책회의 추진
유럽 국가들이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신음하게 된 것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양을 대폭 줄였다.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공급을 담당하는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은 지난달 독일과 이어진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하루 가스 공급량을 공급 능력의 20% 수준으로 줄였다. 지난 19일에는 정비를 위해 폐쇄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전면 차단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26일 영국 런던 ICE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9월물)은 ㎿h당 339.20유로로 거래를 마쳤다. 1년 전보다 609.53% 뛰었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EU 회원국들은 공동 대응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한다. EU 순회의장국인 체코의 페트르 피알라 총리는 26일 트위터에 현재 에너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비상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EU 비상 장관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요세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도 “우리는 러시아와 에너지 전쟁 중이고 이것이 EU 전체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EU 에너지위원회가 열려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의 최대 피해국인 독일에서 태양광산업이 호황을 맞았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안정적인 대체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CNN은 독일태양광협회 자료를 인용해 올 상반기 독일 내 태양광 패널 설치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옥상에 설치된 소규모 태양광 패널부터 대형 설비까지 포함한 통계다.독일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태양광 패널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에 보복하기 위해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현재 러시아는 독일에 대한 가스 공급을 기존 대비 20%로 줄인 상태다.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독일과 연결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도 유지 보수를 이유로 중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독일 가스비와 전기료는 폭등했다.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이 다가오는 것도 태양광 패널 설치를 서두르는 이유다. 독일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스마트플라워의 짐 고든 최고경영자(CEO)는 “독일인들이 에너지 안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독재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가스관 밸브를 잠그고 에너지를 차단할 수 있지만 태양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가정과 기업을 가릴 것 없이 태양광 패널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에너지 대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 측은 “올 들어 독일에서 태양열 난방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1년 전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독일 태양광 패널 제조사인 존넨의 올리버 코흐 CEO는 “재생에너지로 집을 운영하려는 독일 가구 수요가 늘었다”며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의 최대 피해국인 독일에서 태양광 산업이 호황을 맞았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정적인 대체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CNN은 독일태양광협회 자료를 인용해 올 상반기 독일 내 태양광 패널 설치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옥상에 설치된 소규모 태양광 패널부터 대형 설비까지 포함한 증가율이다.독일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태양광 패널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에 보복하기 위해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는 독일에 대한 가스 공급을 기존 대비 20%로 줄인 상태다.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독일과 연결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도 유지 보수를 이유로 중단할 예정이다.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가스비와 전기료가 폭등하자 독일인들은 공급난 우려가 없는 태양광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이 다가오는 것도 태양광 패널 설치를 서두르는 이유다. 독일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스마트플라워의 짐 고든 최고경영자(CEO)는 "독일인들이 에너지 안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독재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가스관 밸브를 잠그고 에너지를 차단할 수 있지만 태양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가정과 기업을 가릴 것 없이 태양광 패널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에너지 대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 측은 "올 들어 독일에서 태양열 난방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1년 전 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독일 태양광 패널 제조사인 존넨의 올리버 코흐 최고경영자(CEO)는 "재생 에너지로 집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독일인들의 수요가 늘었다"면서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태양광 산업의 걸림돌이라고 CNN은 지적했다.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천연가스 가격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자금 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내 단기차입금 가용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액화천연가스(LNG)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23일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월물 천연가스 선물가격(지난 19일 기준)은 MMBtu(열량 단위·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미국(HH) 기준 9.5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2달러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섯 배가량 뛰었다. 유럽(TTF)과 아시아(JKM) 선물가격은 각각 73.12달러, 61.0달러였다. 이들 가격 역시 작년 8월과 비교하면 4~5배 오른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국이 LNG 물량 확보전을 펼치면서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가스공사도 서둘러 LNG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강추위가 예상되는 올겨울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7일 기준 가스공사의 LNG 재고는 181만t으로, 동절기 하루 최대 수요량(25만t)을 감안하면 1주일치에 불과하다.문제는 웃돈을 줘도 LNG 수입이 어려운 상황인데 가스공사의 재무 사정이 매우 나쁘다는 점이다. 가스공사의 ‘운전자금 증가 예상에 따른 재무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차입금 잔액은 총 27조8000억원이다. 올해 1월 가스공사가 전망한 한 해 장·단기 차입금 계획치(28조4000억원)에 이미 도달한 셈이다.특히 연료비 구입비용이 증가하면서 단기차입금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가스공사의 연말 단기차입금 잔액은 전년 대비 12조9000억원 늘어난 19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가스공사의 단기차입금 가용 한도(18조5000억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결국 한도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LNG 가격 추세를 감안하면 차입금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가스공사의 자금난이 LNG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