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국 기업들이 지난 30년간 설비투자를 최대 네 배 가까이 늘린 데 비해 일본 기업들은 투자에 극히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를 많이 한 기업 대부분은 고정 투자비 비중이 높은 인프라 기업이었다. 일본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미국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3.7배 증가했다. 영국과 독일도 각각 1.7배와 1.4배 늘었다. 일본 기업의 투자 규모는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본의 설비투자 상위 기업 1~3위는 도요타자동차와 NTT, 닛산자동차로 15년째 변화가 없었다. NTT와 JR히가시니혼(5위) 도쿄전력(6위) 간사이전력(7위) JR도카이(9위) 등 10위권 대부분은 통신 철도 전력 등 인프라 기업으로 채워졌다. 상위권에 새로 진입한 기업은 4위 소프트뱅크그룹이 유일했다.

2006년엔 히타치제작소 혼다 소니 캐논 파나소닉 등 자동차와 전자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15년 새 히타치제작소(4위→20위) 소니(7위→10위) 캐논(9위→41위) 파나소닉(10위→29위) 등 일본을 대표하던 전자회사는 순위가 급락했다.

일본과 대조적으로 미국은 새롭게 등장한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거듭해 전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5위는 아마존닷컴과 알파벳(구글) 제너럴모터스(GM)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순이었다. 2006년 1위에서 3위로 밀려난 GM을 제외하면 5위권 기업이 모두 바뀌었다.

설비투자의 규모도 차원이 달라졌다. 2006년 1위 GM의 설비투자 규모는 250억달러였다. 지난해 1위 아마존의 투자 규모는 610억달러로 2006년의 GM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다나카 겐지 데이쿄대 교수는 “일본 기업들은 2000년대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수익을 올리지 못한 경험 때문에 투자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