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mRNA 백신 개발을 선도했던 모더나가 화이자·바이오앤테크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더나는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법원과 독일 뒤셀도르프지방법원에 "화이자·바이오앤테크가 mRNA 백신 제조 과정의 핵심 기술을 빼앗았다"는 내용의 소장을 냈다. 모더나가 2010~2016년 특허 출원한 기술들을 화이자·바이오앤테크가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mRNA 백신은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의 백신과 다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상용화되지 않았다가,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국면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mRNA 기술을 기반으로 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는 기업은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앤테크가 유일하다. 모더나의 공동창업자이자 mRNA 기술 연구의 석학인 로버트 랭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는 1400여 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모더나는 화이자가 mRNA 백신 제작과정에서 인체의 이상 면역반응을 방지하는 화학적 변형기술 등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10년 전부터 수조 원을 투자해 개발한 혁신적인 mRNA 백신 특허를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화이자·바이오앤테크가 올해 3월 8일 이후부터 판매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가 해당 날짜를 특정해 그 이후의 백신 판매에 대해서만 피해보상을 요구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기 전까진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는 또 코로나19 백신 수요를 감안해 법원에 화이자·바이오앤테크의 백신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화이자는 모더나의 소장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