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2014년 러시아에 넘겨준 크름반도(크림반도) 수복에 나섰다. 지난 6월부터 전선이 교착되자 드론 공습으로 러시아군의 전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전술을 펼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인해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크름반도가 수복될 수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무인기(드론)를 활용한 공습으로 러시아군의 취약점을 공략해서다. 크름반도 내 방공망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러시아군의 흑해함대도 위태롭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부터 우크라이나군은 크름반도 탈환을 위한 준비를 했다. 크름반도의 통제권을 좌우하는 요충지인 헤르손시를 수복하는 데 주력했다. 드니프로강 상류에 있는 헤르손은 크름반도의 상수원이다. 전력 발전소도 밀집한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를 활용해 헤르손시에 있는 러시아군 보급로를 끊었다.

우크라이나는 헤르손시를 넘어 크름반도까지 노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러시아군의) 크름반도 점령은 일시적이며 우크라이나가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들어 크름반도 내 러시아 군사시설을 연달아 공습했다.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 해군 사령부가 드론 공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일에는 크름반도에 있는 사키 공군기지에서 폭발이 일어나 러시아군 전투기 8대가 손실됐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인 메디슨폴리시포럼의 존 스펜서 국방연구소장은 “(우크라이나군이) 사키 공군기지와 세바스토폴을 공격할 수 있다면 전세가 뒤집혔다고 볼 수 있다”며 “공습으로 인해 러시아군은 보급과 지휘 능력을 상실하고 흑해함대 운용 범위도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전력 약화를 부정했다. 9일 사키 공군기지가 공격받았을 때 러시아군은 사키 공군기지에서 폭발이 일어난 건 단순 사고라고 해명했다. 세바스토폴 공습이 벌어진 다음날인 20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름 행정부 수반은 “우크라이군의 드론을 격추해 사상자는 없었다. (우리의) 방공망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해명에도 우크라이나군의 전술이 효과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스트리아 유럽안보정책연구소의 벨리나 차카로바 소장은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군이 대대적인 반격을 할 순 없지만, 공습을 통해 러시아군 전력을 갉아먹는 동시에 사기도 떨어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공습이 지속되면 우크라이나군 전력 증강에도 도움 된다는 분석이다. 무인기를 활용해 러시아군의 방공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서다. 동시에 서방국가가 제공한 신형 무기를 운용하며 공습 효과를 늘릴 수 있다. 차카로바 소장은 “서방국가의 무기 지원이 드디어 효과를 내고 있다”며 “이 무기들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7월 9일부터 7월 22일까지 우크라이나 내 화재 발생 빈도 지도. 남부와 동부에서 전선이 교착된 상황을 볼 수 있다. 자료=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난 7월 9일부터 7월 22일까지 우크라이나 내 화재 발생 빈도 지도. 남부와 동부에서 전선이 교착된 상황을 볼 수 있다. 자료=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난 9일부터 2주동안 우크라이나 영토 내 화재발생 지도. 크름반도를 비롯해 남서부에 화재 건수가 집중돼 있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된다. 자료=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난 9일부터 2주동안 우크라이나 영토 내 화재발생 지도. 크름반도를 비롯해 남서부에 화재 건수가 집중돼 있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된다. 자료=미국 항공우주국(NASA)
전쟁이 발발한 뒤 크름반도는 러시아군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다. 크름반도를 기반으로 삼은 러시아군은 흑해 함대를 운용하며 미사일을 발사했다. 동시에 내륙으로 군수품을 날랐다. 크름반도는 서쪽 오데사항과 몰도바로 진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 평가받는다.

러시아에 의미가 큰 지역이기도 하다. 볼로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병합하며 “러시아에 성지(Temple Mount)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영토는 강력한 국가가 통제권을 가져야 하는데, 사실상 러시아만 할 수 있다”며 “(크름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영토였으며 앞으로 영원히 러시아의 국토일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위기를 느낀 러시아군은 전력을 보강한 뒤 역공을 펼쳤다. 헤르손시에 인접한 미콜라이우주를 공격했다. 미콜라이우는 헤르손시 인접한 곳으로, 오데사 항을 방어하는 전초 기지 역할을 한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미콜라이우 블라호다트네 방면으로 공격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