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1992년 수교한 이후 30년 동안 양국 간 교역은 30배 이상 커졌다.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사례로 대만이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3.4%를 기록했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2.3%)을 앞섰다. 한국의 당시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2021년에도 대만은 11년 만의 최고 기록인 6.6%를 달성했다. 중국은 8.1%, 한국은 4.1%였다.

대만의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3.1%로 한국(2.9%)을 또 앞섰다. 대만 당국은 '탈중국'이 성장 동력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에 진출했던 자국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2020년 이후 매년 국내총생산(GDP)이 0.7%포인트 추가로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대만 정부의 분석이다.

2016년 집권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여당인 민진당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했다. 중국 진출 기업이 자국으로 회귀할 때 조세 감면, 토지 제공 등의 지원책을 제시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자 관세 등 리스크를 피하려는 대만 기업의 유턴은 더욱 늘어났다. 대만 경제부는 2021~2023년 유턴기업이 매년 100억~13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올 4월까지 수출액에서 중국의 비율은 26.2%로 차이잉원 정부가 들어선 2016년(26.3%)과 비슷하다. 수출품에서 반도체의 비중은 같은 기간 26.9%에서 45.5%로 뛰었다.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올라갔다는 건 역설적으로 대만 내 생산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화웨이나 알리바바 같은 중국 기술기업은 첨단 반도체의 설계는 직접 하면서도 생산은 대만 TSMC에 의존한다. 미국의 애플이나 퀄컴도 주력 반도체 생산을 TSMC에 맡긴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0%를 넘는다.

TSMC는 전략적으로 신규 투자를 대만에 집중시켰다. 이제는 중국의 무력 침공을 막아주는 '수호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TSMC의 공장이 파괴되면 중국 첨단산업도 막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무력 침공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미국도 유사시 TSMC의 생산설비를 보호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 기업이 국가안보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