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투자' 퀀트펀드, 美주식 저점에 쓸어담았다
사람의 개입 없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종목을 매매하는 퀀트 펀드가 지난 6월부터 미국 주식을 7조달러(약 9281조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 뉴욕증시가 반등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식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퀀트 펀드들이 주식 선물에만 수백억달러를 투자해 S&P500과 나스닥지수가 최근 저점에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S&P500지수는 19일 기준 6월 저점(3666.77) 대비 15.3% 올랐다. 나스닥은 같은 기간 19.3% 상승했다.

퀀트 펀드는 컴퓨터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자산을 알고리즘에 따라 선정해 사고파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주가 관련 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저평가된 자산은 매입하고, 향후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자산은 공매도하기도 한다.

퀀트 펀드는 인간처럼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 객관적으로 매매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하락하는 증시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 주가가 떨어진 종목을 판단해 매입한다. 이 퀀트 펀드들은 지난해 말과 올 상반기 증시가 하락하자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낮은 가격에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찰리 맥엘리곳 노무라증권 전략가는 “퀀트 펀드들이 무방비 상태인 약세장에서 빠르게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올해 초 증시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방관 자세로 돌아섰다. 추세 추종형 헤지펀드들은 추가 하락에 거는 쇼트(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하지만 뉴욕증시는 6월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해 현재 손실의 절반 이상을 만회한 상태다. FT는 다만 “하락장에서 종목들을 매수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지는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촉발할지 여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