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정부 응징하라"는 러시아 전 대통령 발언에 伊 '발칵'
이탈리아 주요 신문 "러시아, 선거 개입했다" 1면톱 보도
러시아의 전직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유럽인들에게 "바보 같은 정부를 응징하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선거가 임박한 이탈리아가 들끓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주요 신문들은 9월 25일 치러지는 조기 총선을 앞두고 나온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을 명백한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고 1면 톱기사를 통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최대 유력 일간지인 '라 레푸블리카'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으로 정의했고, 역시 유력 일간지인 '코리에레델레세라'는 "러시아가 이탈리아 지도자들 간의 대립을 부추긴다"고 규탄했다.

로마 최대 일간지 '일 메사제로' 역시 "모스크바, 선거에 개입하다"를 1면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유럽인들에게 러시아와의 관계에 관한 자국 정부의 입장을 비판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행동하라! 유럽의 이웃들! 침묵하지 말라"며 "바보 같은 정부를 응징하라"고 요구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사임을 결정하면서 조기 총선 국면에 접어든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드라기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 유럽연합(EU)과 보조를 맞추며 러시아에 대한 강경 입장을 견지했다.

이탈리아 주요 신문들은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을 반(反)드라기 정당에 투표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하며 러시아가 노골적인 선거 개입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국제 사회는 9월 25일 조기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하면 이탈리아의 외교 정책이 크게 바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파 연합을 구성하는 동맹(Lega)의 당수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전진이탈리아(FI)의 대표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오랫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비니 상원의원은 이날 밀라노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이탈리아 선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