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서명했다. 당장 내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북미에서 제작하고 배터리 원료의 중국 의존도도 크게 낮춰야 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자동차업계는 '초비상'이다.

■ 바이든, 인플레 감축법 서명…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제외 '초비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업 증세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막대한 투자와 부자 증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예산 규모는 4300억달러(약 558조원)에 달한다.

법안 내 자동차 관련 조항의 핵심은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대당 총 7500달러(약 98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에 장착하는 배터리와 관련해서도 까다로운 조항이 붙어 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채굴과 제련이 내년부터 40% 이상,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80% 이상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국 포함)에서 이뤄져야 한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도 내년부터 50% 이상이 북미 생산품이어야 한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IRA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내년부터 차량을 북미에서 제작하고 배터리 원료의 중국 의존도도 크게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된다.
이에 따라 이 법의 시행으로 보조금 혜택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빠지면 판매량 저하는 물론 내년에 아이오닉6와 EV9 등 신규 라인업 투입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어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현대차는 제조와 배터리 조달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법안의 의도대로 당장 ‘탈(脫)중국’을 실현하기 어렵다. 현재 전기차 밸류체인의 70~80%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IRA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완성 전기차 미국 내 조립조차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올해 10월께 GV70 전기차를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지만 노동조합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생산량을 늘려가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조지아 전기차 전용 신공장은 2025년에나 가동할 수 있다.

■ 월마트 실적 선방…美 증시 혼조세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39.57포인트(0.71%) 상승한 3만4152.01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8.06포인트(0.19%) 상승한 4305.20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5.50포인트(0.19%) 하락한 13,102.55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S&P500지수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나스닥지수만 소폭 하락했다.

월마트는 이날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7월 말로 끝난 회계 2분기 월마트의 순이익은 51억5000만 달러(주당 1.88달러)로 집계됐다. 월마트 주가는 5% 이상 올랐다. 또 다른 소매업체인 홈디포와 타깃의 주가는 각각 4% 이상 상승했다. 최근 밈 주식으로 꼽히는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 주가는 29% 정도 상승했다. 주가는 장중 한때 7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스닥지수가 하락하면서 이날 주식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증시 전문가는 그동안의 단기적으로 증시 랠리가 나타나면서 과매수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 기로에 선 코스피…주봉 20주선 돌파할까

코스피지수는 최근 ‘베어마켓랠리(약세장 속 상승세)’로 2500선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낙폭과대 업종들이 돌면서 반등하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17일엔 월마트 호실적 발 미국 소비경기 호전 기대감, 국제유가 추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인플레이션 완화 전망 등에 힘입어 소폭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증시와 달리 코스피는 지난달 6일(-2.1%) 이후 현재까지 1% 넘는 조정을 겪지 않은 채 점진적으로 상승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차트 상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0주선(주봉, 주간기준)을 터치한 상황"이라며 "2021년 12월과 2022년 6월에도 20주선 돌파를 시도했다가 터치 자체도 못하고 실패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금주에 돌파를 성공할 경우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현재의 단기 안도랠리가 연장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美 금리 인상 속도 짐작케해줄 '힌트' 공개

17일(현지시간)엔 지난 달 26~27일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위원들이 향후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어느정도 올릴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최근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누그러지며 월가에선 Fed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어 왔다. 이에 따라 S&P500지수는 6월 저점에서 약 18%, 나스닥지수는 20% 이상 뛰며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최근 발언에 나선 Fed 위원들은 대체로 센 긴축을 강조하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금 완화됐지만 여전히 8%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도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한 랠리란 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앤드류 슬리먼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랠리로 시장이 단기적으로 하락할 것 같다"말했다.

같은 날 발표되는 7월 소매판매 지표에도 증시는 어느정도 반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월가는 전달보다 0.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6월(1% 증가)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소매 판매가 예상보다 높은 수치로 나올 경우 투자 심리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국제유가, 우크라전쟁 1개월 전보다도 더 떨어져…WTI 3.2%↓

국제 유가는 16일(현지시간) 글로벌 침체 우려와 이란 핵합의 복원 가능성에 힘입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2%(2.88달러) 떨어진 86.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전인 1월 25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0월물 브렌트유도 3% 이상 급락한 배럴당 92.34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 2월10일 이후 최저가로 마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앞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과 이란의 국제 원유시장 복귀로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을 동시에 주시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