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의 풀 먹어 치워 자연 방화대 형성 효과

유럽 남부가 이상고온으로 산불에 시달리는 가운데, 스페인에서 양과 염소가 산불과의 전쟁에 영입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시와 녹지의 경계에 있는 들판에서 염소 등이 풀을 말끔히 먹어 치우게 해 천연 방화대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이 다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불과의 전쟁에 염소·양 투입
가디언에 따르면 올 4월부터 바르셀로나 교외의 콜세롤라 공원(80㎢)에서 가축을 이용한 산불 방지 시범 활동이 시작됐다.

이곳은 바르셀로나 시내로부터 불과 15분 떨어진 녹지로, 산불이 연평균 50회가량 발생한다.

이곳에서 양과 염소 290마리가 동원돼 들판의 풀을 뜯고 있다.

이들의 임무는 주변의 풀을 배불리 먹어 치우는 것밖에 없다.

이들 가축은 반야생 상태로 들판에 풀려 있거나 목동의 통제를 받고 있다.

이들이 지나간 곳에는 듬성듬성 풀이 없는 빈 곳이 형성되면서 산불 발생 시 불길의 확산을 막게 된다.

가디언은 이같은 방식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유럽 지역에선 오래전부터 이용되던 산불 방지책이었다고 전했다.

최근 이상고온으로 산불이 잦아지다 보니 잊혀 가던 옛 방식이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외에 다른 지역도 이같은 가축을 이용한 전통적 산불 방지책을 쓰는 곳이 적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세이지 환경그룹' 등 십여개의 기업들이 수년 전부터 염소 등을 이용해 산불 방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선 외래 식물이 급속히 자라면서 다른 식물의 생육을 막고 산불 확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가축을 풀어 이들 식물을 먹어 치우게 하고 있다.

포르투갈에선 파이아 브라바 보호구역에서 말을 방목해 2017년 산불 피해를 막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