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 대니얼 레브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헤지펀드 서드포인트가 디즈니 지분을 인수하고 스포츠 네트워크 ESPN 분사 등을 요구했다.

1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레브 CEO는 디즈니의 밥 채펙 CEO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ESPN 사업이 디즈니에 상당한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해주고 있다"며 "ESPN을 분사해야 향후 스포츠 도박 등 다양한 사업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운신의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른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요구로 이베이에서 분사해 세워진 페이팔의 성공 사례도 거론했다.

디즈니는 현재 ESPN과 ESPN2를 합해 매월 약 10달러를 구독자에게 청구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인 ESPN+는 최근 독점 생중계권 확보 등을 통해 스포츠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앞서 디즈니는 이달 23일부터 ESPN+의 구독료를 월 6.99달러에서 9.99달러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레브 CEO는 또 디즈니+가 훌루 지분 잔량을 컴캐스트로부터 매입해 디즈니의 D2C 플랫폼에 통합할 것도 요구했다. 디즈니는 현재 훌루 지분 67%를 가지고 있고, 컴캐스트가 갖고 있는 훌루 지분 33%는 2024년까지 추가로 인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는 "플랫폼 간 통합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걸 각오하는 것도 현명하다"며 "2024년 약속된 마감일이 도래하기 전에 18개월 내로 서둘러 거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디즈니는 "모든 투자자의 의견을 환영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디즈니 이사회에 대한 레브 CEO의 비판에는 "독립적이고 경험이 풍부한 우리 이사회 이사진들은 브랜드, 소비자 대면 및 기술 비즈니스와 인재 중심 기업 등에 대한 상당한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레브 CEO의 디즈니 압박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020년에도 디즈니 지분을 사들인 뒤 올해 초까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강화할 것을 압박했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