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가 파라마운트와 손잡고 유료 멤버십 회원들에게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로 실적에 경고등이 커지자 멤버십 혜택을 강화해 충성 고객층 늘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찍이 콘텐츠 기반의 유료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으로 세계 1위 e커머스 업체가 된 아마존과의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충성 소비자 확보 나서

15일(현지시간) 월마트는 다음달부터 자사 멤버십 ‘월마트 플러스’ 회원들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기본 요금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의 OTT 플랫폼이다. 드라마 ‘스타트렉’ 시리즈, 애니메이션 ‘스폰지밥’과 영화 ‘대부’ 등 파라마운트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기본 요금제는 월 4.99달러로 광고가 적용됐다.

월마트 플러스는 월마트가 2020년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유료 멤버십이다. 가입비는 월 12.95달러 또는 연간 98달러로 아마존 프라임보다 저렴하다. 가입하면 온라인 쇼핑 무료배송, 휘발유 할인 등 혜택을 준다. 다만 가입자 증가세가 빠르지 않다. 회원 수는 비공개지만 미국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텔리전스 리서치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1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CNBC는 “지난 4월과 동일한 수치”라고 보도했다.

월마트가 유료 멤버십을 강화할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41년 만의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로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어서다. 월마트는 16일 2분기(5~7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14% 줄어들고, 연간으로는 11~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소폭 증가하고 연간 기준 1% 감소할 것이라던 지난 5월 전망에서 크게 악화됐다.

◆아마존과 한판 승부

외신들은 월마트의 이번 행보가 아마존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평가한다. 월마트는 매출 기준 세계 1위(5727억달러) 유통기업이지만 최근 3년간 연간 매출 증가율은 한자릿수에 그쳤다. 2위(4698억달러)인 아마존은 같은 기간 매출이 매년 20~30%씩 뛰었다. 최근 아마존은 신선식품 매장을 늘리고, 월마트는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가운데 OTT 시장에서도 맞붙게 됐다는 해석이다.

아마존은 2004년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내놨다. 2006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를 무료 제공하며 자체 콘텐츠와 스포츠 경기 중계로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현재 프라임 회원 수는 전 세계 2억여명이다.

충성 소비자인 유료 회원들은 팬데믹 완화와 인플레이션 등 대외 악재에서 아마존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프라임 멤버십의 1년 가입비(139달러) 기준으로 추산하면 산술적으로 연 278억달러(약 36조4000억원)의 수익이 유료 회원 가입비에서 나온다. 이들이 아마존에서 제품을 살 때 지불하는 돈은 별도다.

월마트가 파라마운트와 손을 잡기 앞서 아마존도 멤버십 혜택에 음식배달을 추가했다. 지난달 네덜란드 기업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닷컴(저스트잇)과 음식배달 플랫폼 그럽허브의 주식 2%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하면서다. 프라임 멤버십 회원들은 향후 1년간 그럽허브 서비스를 배달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최근 프라임 멤버십 가입비를 119달러에서 139달러로 올린 대신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