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차관협상서 美 지지 필수…수출 확대 위해선 中과의 협력 중요
구원투수 등판 아르헨 경제장관, '미·중 줄타기외교' 성공할까
지난 7월에 기록한 연 71%에 달한 물가 상승과 페소화 하락 등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새 경제수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달 초 취임한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은 여당 강경·온건 세력 내에서 균형을 맞추며 물가를 안정시키고 외환보유고를 방어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 외교'라는 어려운 과제 또한 맡게 됐다고 현지 매체 인포바에가 1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마사 장관은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해 국제통화기금(IMF)과 미주개발은행(IDB) 총재, 월가 투자자 등을 면담할 계획이다.

마사 장관이 국제기구의 지원 속에 야심 찬 경제 안정화 계획을 실현하고 에너지, 식량, 리튬 등에서 투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 바이든 미 정부의 정치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좌파 정권과 바이든 정권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는 볼 수 없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반발 직전 러시아 방문을 통해 "러시아가 중남미로 통하는 관문이 아르헨티나이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러시아 다음으로 접종한 곳이 바로 아르헨티나였으며, 이 백신은 취임 초기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페르난데스 정부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역할도 했다.

아르헨티나는 미국의 전략적 경쟁 상대인 중국과도 경제적으로 밀접하다.

중국은 아르헨티나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이자 2위 교역국이며, 고질적인 외환부족 문제에 직면한 아르헨티나에 185억 달러(약 24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제공하기도 했다.

마사 장관 취임식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사퇴가 예정된 실비나 바타키스 당시 장관은 아르헨티나 남부 산타크루스주에 건설 예정인 50억 달러(약 6조5천억원) 상당의 댐 공사를 중국 은행 3곳 통해 추진한다는 데 서명했다.

이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중도우파 정권 때 미뤄졌던 중국 측의 숙원사업으로, 신임 장관 취임식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또 중국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는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규탄했고, 이후 아르헨티나 외교부도 대사의 발언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으로서는 아르헨티나와 중·러의 끈끈한 관계, 아르헨티나 내 중·러의 영향력 확대가 달가울 리 없다.

이달 초 짐 리시 의원을 비롯한 미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국제기구의 아르헨티나 차관 지원엔 엄격한 실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인포바에는 "마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도 필요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세도 억제해야 한다"며 "(온건파인)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강경파)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