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등 최소 6명 인질로 잡아…7시간 만에 자수
'경제 위기' 레바논 은행서 인질극…병원비 낼 돈 인출 요구
레바논의 한 은행에서 40대 남성이 병원비로 쓸 돈을 인출하게 해달라며 인질극을 벌였다.

11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베이루트 함라 지역의 연방은행 지점에 산탄총을 든 남성이 들어와 직원과 은행 고객들을 위협했다.

남성은 3발의 위협 사격을 한 뒤 자신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는 레바논에서는 은행에서 제한된 액수의 외화만 인출할 수 있다.

현지 보안 당국은 인질범의 신원을 은행 고객인 바삼 후세인(42)으로 확인했다.

후세인은 은행 직원 등 최소 6명을 인질로 잡고 약 7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의 설득과 협상 끝에 후세인은 스스로 무기를 버리고 은행을 나왔다.

인질 중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의 아내 마리암은 인질극이 벌어진 은행 앞에서 취재진에 "남편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세인은 은행 계좌에 21만 달러(약 2억7천만원)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버지의 병원비로 이 돈을 써야 한다며 인출을 요구해왔으나, 금융 당국은 이를 거부했다.

레바논에서 은행 현금 인출 문제로 인질극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한 카페 운영주는 은행에 있는 5만 달러를 인출하게 해달라며 카페 직원을 인질로 붙잡기도 했다.

2019년 본격화한 경제 위기는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라는 악재를 만나 골이 깊어지면서 레바논을 국가 붕괴 직전의 위기로 내몰았다.

특히 대폭발 참사 후 새로운 내각을 꾸리지 못해 13개월간 국정 공백이 생기면서 화폐 가치가 폭락했다.

화폐가치 하락으로 연료와 의약품 등의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레바논 주민들은 만성적인 전기 및 연료 부족에 시달려 왔으며, 생필품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