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폴리시 기고문…伊 '친푸틴' 세력 집권 우려
美 외교 전문가 "이탈리아 총선 수혜자는 푸틴될 것"
이탈리아 유력 차기 집권 세력인 우파 연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조기 총선이 푸틴에게 필요한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제목의 캐슬린 도허티 전 키프로스주재 미국 대사의 기고문을 실었다.

미국 국무부 유럽연합(EU) 담당 차관보와 주이탈리아 미국 대표부 차석을 지낸 도허티 전 대사는 9월 25일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우파 연합의 승리 가능성에 미국과 다른 유럽 파트너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여론 추이를 보면 이탈리아 총선의 초기 판세는 우파 연합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I),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또 다른 극우당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 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FI) 등 3당이 속한 우파 연합은 현재 지지율이 48.2%에 이르러 이 추세를 유지할 경우 총선에서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도허티 전 대사는 노골적인 '친푸틴' 인사로 꼽히는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가 차기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면 대러시아 정책을 놓고 유럽연합(EU)의 분열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이 이탈리아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살비니는 과거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을 찬양하는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는 등 이탈리아 정계에서 대표적인 친러시아, 친푸틴 인사로 꼽힌다.

2019년에는 푸틴을 "지구상에 현존하는 최고의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최근 푸틴 대통령에게 둘이 악수하는 실물 크기의 사진이 새겨진 이불 커버를 선물해 화제가 됐다.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는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를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도허티 전 대사는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와 달리 멜로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과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혼자 힘으로는 무리라고 분석했다.

그는 "(차기 총리가 유력한) 멜로니는 유능한 정치인이지만 자신의 당과 나머지 연합, 그리고 그들의 지지자들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데 찬성하는 이탈리아 국민은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또한 이탈리아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전쟁의 책임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와 나토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도허티 전 대사는 "마리오 드라기 총리처럼 헌신적인 친EU·친나토 지도자가 없다면 이탈리아는 서방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며 "푸틴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놓고 EU를 갈라놓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탈리아 정치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가 빠르게 나서야 한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도허티 전 대사는 "현재 1년 반 넘게 공석인 이탈리아 주재 미국 대사를 조속히 지명해야 한다"며 "또한 미국은 이탈리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한 포괄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