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말 바꾼 머스크…테슬라주식 9조원 매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68억8000만달러(약 9조200억원) 규모의 테슬라 지분을 추가 매각했다. “더 이상 매각은 없다”던 공언을 4개월도 안 돼 뒤집었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인수 거래 계약을 강제로 성사시키는 경우 테슬라 주식을 긴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0개월간 머스크가 처분한 테슬라 주식 규모는 320억달러(약 42조원)에 달한다.
○10개월 새 42조원어치 팔아치워
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머스크는 5~9일 닷새 동안 테슬라 주식 792만 주를 매각했다. 금액으로는 68억8000만달러 규모다. 이로써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지분은 14.84%(1억5504만 주)로 축소됐다.

머스크는 지난 4월에도 85억달러(약 11조1400억원)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팔아치웠다. 잇단 지분 매각에 투자자 불안이 커지자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주식) 추가 매도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4개월도 안 돼 이 발언을 뒤집었다.
또 말 바꾼 머스크…테슬라주식 9조원 매각
최근 머스크가 트위터와의 인수 합의를 뒤집으면서 양측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머스크는 이번 지분 매각 이유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트위터가 인수 거래를 강제로 성사시키거나 일부 투자사가 이탈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테슬라 주식을 긴급 매각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위터 인수가 결렬되면 다시 테슬라 주식을 매수하겠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4월 25일 440억달러(약 57조6700억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 등 투자처 19곳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공개했다. 하지만 지난달 8일 돌연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 “트위터 내 가짜 계정 수가 트위터가 밝혔던 비율인 5% 미만이 넘는다”는 게 이유였다. 트위터가 계정 샘플링 방식을 공개하고 이 방식이 실제와 부합한다는 점을 증명해야만 인수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트위터는 미국 델라웨어법원에 계약 이행 강제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소송 일정, 주가 반등 영향 미친 듯
투자업계에선 머스크가 트위터와의 소송 일정을 고려해 테슬라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위터 측에 따르면 인수 합의서엔 “인수 계약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2일 이내에 계약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트위터는 다음달 초 계약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머스크가 계약에 응하지 않는다면 법원의 판결 시점이 관건이다. 트위터 인수를 강제로 이행해야 할 경우 머스크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리한 조건으로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소송 일정을 둘러싼 신경전에선 트위터가 기선을 제압했다. 트위터는 지난달 소송을 제기하면서 오는 9월 19일 재판 개시를 요청했다. 반면 머스크 측은 내년 2월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델라웨어법원은 이와 관련해 10월 17일부터 닷새간으로 재판 일정을 잡았다.

최근 테슬라 주가 반등이 머스크의 지분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0일 분기 실적 발표 이후 9일까지 나스닥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14% 올랐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