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9조원이 넘는 테슬라 지분을 매각했다. “더 이상 매각은 없다”던 공언을 4개월도 안 돼 뒤집었다. 다음 달 진행될 트위터와의 소송전에서 패배할경우에 대비해 트위터 인수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머스크, 테슬라 주식 10개월 새 42조원 팔아
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5~9일 테슬라 주식 792만주를 매각했다. 규모로는 68억8000만달러(약 9조200억원) 수준이다. 이번 매각으로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은 1억5504만주가 됐다. 머스크는 지난 4월에도 85억달러(약 11조1400억원) 규모 테슬라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분 매각으로 투자자 불안이 커지자 당시 머스크는 트위터로 “(주식의) 추가 매도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냈다. 지난 10개월간 머스크가 처분한 테슬라 주식은 약 320억달러(약 42조원)에 달한다.

이번 지분 매각은 머스크가 트위터와의 인수 합의를 뒤집으면서 양측이 소송전에 돌입한 와중에 진행됐다. 머스크는 이번에도 트위터로 지분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날 게시한 트위터 글에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트위터가 인수 거래를 강제로 성사시키거나 일부 투자사가 이탈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테슬라 주식을 긴급 매각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위터 인수가 결렬되면 다시 테슬라 주식을 매수하겠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 4월 25일 머스크는 트위터를 440억달러(약 57조6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트위터와 합의했다.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 등 투자처 19곳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공개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트위터 내 가짜 계정 수가 트위터가 밝혔던 비율인 5% 미만이 넘는다”며 지난달 8일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트위터가 계정 샘플링 방식을 공개하고 이 방식이 실제와 부합한다는 점을 증명해야만 인수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트위터는 지난달 미국 델라웨어법원에 계약 이행 강제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소송 일정, 주가 반등세가 지분 매각에 영향 미친 듯
투자업계에선 머스크가 트위터와의 소송 일정을 고려해 테슬라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트위터 측에 따르면 인수 합의서엔 “인수 계약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2일 이내에 계약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트위터는 다음 달 초면 계약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머스크가 계약에 응하지 않는다면 법원의 판결 시점이 관건이다. 자금을 조달하는 머스크 입장으로선 ‘속전속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서다.

소송 일정을 둘러싼 신경전에선 트위터가 기선을 제압했다. 트위터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에 오는 9월 19일 재판을 시작할 것을 요청했다. 반면 머스크 측은 내년 2월 열흘간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델라웨어 법원은 “(머스크가) 재판을 신속 진행할 수 있는 법원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며 오는 10월 17일부터 닷새간으로 재판 일정을 잡았다. 댄 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소송 일정에 대해 “트위터 인수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테슬라의 주가 흐름이 반등세였다는 점도 머스크의 지분 매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테슬라 주가는 나스닥시장에서 9일 850.0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2분기 실적 결과를 발표한 뒤 주가가 14% 올랐다. 테슬라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69억달러(약 22조1500억원)로 시장 추정치(165억달러)를 상회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가 결렬되면 자신이 창업했던 ‘엑스닷컴’을 통해 SNS 플랫폼을 직접 만드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