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 도착한 박진 장관.  사진=뉴스1
중국 칭다오 도착한 박진 장관. 사진=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의 회담이 9일로 예정된 가운데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가 "한국이 미국을 위해 희생해선 안 된다"고 훈수를 뒀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한국이 미국의 반도체와 미사일 시스템 압박 속에 중국과의 관계 유지에 애쓰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매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국이 미국의 압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의 방중은 오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매체는 중국이 이번 박 장관의 중국 방문을 양국 간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협력을 증진하는 계기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왕준성 중국사회과학원 동아시아 선임연구원은 "양국 사이엔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주제들이 쌓여 있으며,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과 일본, 유럽과의 교류는 늘어났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대화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한국·미국·대만·일본)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리카이성 상하이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가치 기반 외교 정책을 펴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 간 정치 체계와 이념이 달라 양국 관계에 많은 도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미국에 협력해 사드를 확대 배치하면 한중 관계에 큰 불확실성을 추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양국이 논의했던 '사드 3불'을 이행해야 한다고 새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사드 3불은 사드를 추가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과 한미일 군사 동맹에 불참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 신구 정부 모두 꼭 지켜야 할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매체는 윤석열 정부가 사드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해야 하며, 한국이 미국을 따르면서 자국의 이익을 희생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를 볼 때 미국으로 기우는 건 한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샹하오위 중국국제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과제가 지정학적 상황"이라며 "칩4 동맹에 가입해야 하나를 두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는 것이 단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연일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을 견제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사드 보복'과 같은 조치를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한편에선 중국의 이런 태도가 반도체 부문에서 한국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발현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