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있다.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서 시작한 감원 및 채용 자제 바람이 다양한 업종으로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들 기업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비롯한 경영환경 악화를 구조조정의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 고용시장 전체를 볼 때는 여전히 근로자 우위다. 미국의 지난 7월 실업률은 3.5%로 1969년 이후 최저치였던 2020년 3월과 동일한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력 줄이는 美 대기업들
9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계획 중이다. 미국 최대 고용주인 유통기업 월마트는 이달 초 상품 개발, 글로벌 기술, 부동산, 배송 등 업무를 담당한 직원 중 일부를 해고했다. 월마트는 미국의 민간 최대 고용주로 자국에서 임직원 170만명(1월 말 기준)을 두고 있다. 월마트가 전 세계에서 고용한 인원은 230만명이다. 월마트는 인플레이션, 재고 증가, 소비자 수요 감소 등을 반영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올해 들어 선제적으로 고용 축소에 나섰던 업종은 정보기술(IT) 산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호황을 구가했던 기술기업들은 공격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기술기업 주가의 하락, 성장성 둔화 우려 등을 맞자 이들 기업은 대규모로 계획했던 신규 채용 계획부터 축소했다. 기존 직원들도 감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트위터, 쇼피파이, 오라클,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기술기업들이 인력조정 흐름에 앞장섰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는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감원을 진행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는 1분기와 2분기에 연속해 줄어들었다.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 증시가 급락하면서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도 감원에 나섰다.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 리비안 등도 동참했다. 미국 최대 차량호출 업체인 우버도 신규 채용을 사실상 중단했다. 투자금 유입이 줄어든 기술 스타트업들도 인력을 줄였다.

주요 기업의 수장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며 인력 감축 및 신규 채용 규모 축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경제에 대해 극도로 나쁜 느낌(super bad feeling)이 든다”고 트윗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달 실적을 발표하면서 “경기침체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말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달 말 회의에서 “불확실한 거시 환경에 직면해 있다는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인건비 등 비용을 미리 절감하고 인력 배치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역성장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그러나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조 바이든 행정부와 Fed 인사 대부분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고용 지표는 아직 양호
미국 전체 고용시장을 볼 때 대기업 인력 감축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인 7월 비농업 일자리는 52만8000개 늘어났다. 시장의 추정치인 25만개의 두 배 이상이었다. 7월 실업률은 6월보다 0.1%포인트 낮아진 3.5%로 1969년 이후 최저였던 2020년 2월과 동률을 이뤘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직원을 해고했던 업종들이 최근 수요 회복을 맞아 고용 인원을 늘린 결과다. 7월 기준 미국의 레저·접객업에서는 9만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호텔과 리조트, 항공사 등은 신규 채용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항공업계의 경우 일손이 달려 고객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다음 달 20~21일에 열리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려 있다. Fed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더 중시하며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할지, 그보다는 ‘온건한’ 0.5%포인트 인상을 택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7월에도 미국의 노동시장이 강력했던 만큼 다음 달 FOMC에서 0.75%포인트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다른 경제지표들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